“유족 억울함 풀어 사례비 받아 입국 여비 쓰려고”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모(55) 씨가 2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김씨가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는데, 도대체 그는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했을까.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사건 당시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과는 달리 공소시효는 남아있었다.
명확히 말하면 2015년 7월 31일 개정 형사소송법(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경찰은 김씨가 여러 차례 도피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면서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이 태완이법 시행 후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완이법은 법이 시행된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게 됐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캄보디아에 있던 김씨를 국내로 송환해 지난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또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씨의 신병은 확보됐지만, 김씨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가며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당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김씨가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등 의문점이 수두룩하다.
특히 김씨가 자신은 교사범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상세히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그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김씨에게 범행 지시를 했다는 당시 두목 백씨,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손씨를 조사해봐야겠지만 두 사람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감춰왔던 진실을 말할 것인지, 이번 수사를 통해 22년 전 사건의 실체가 드디어 선명하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 사건 피해자 이모(당시 45)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쏘나타 승용차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이 사건은 6천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기록을 남긴 채 발생 15년 뒤인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21년 만인 지난해 김씨가 방송을 통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주장을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