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오는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다음 달 6일 김건희 여사를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김 여사 최측근에 이어 해외도피한 ‘집사’의 아내까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줄줄이 조사에 나선다.
특검팀은 지난 2일 현판식을 열고 수사를 개시한 지 약 3주 만인 21일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첫 소환 통보를 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오늘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7월 29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수사 협조 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내달 6일 오전 10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주거지로 우편 송부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의 출석요구서에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건진법사 청탁,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등 여러 주요 의혹에 관한 혐의사실이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의 출석요구서에는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관련 혐의가 적시됐다. 그는 지난 10일 내란 특검에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다.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부부에 관한 다른 의혹들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지만, 특검팀은 우선 현재까지 조사가 이뤄진 의혹에 집중해 부부를 조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들 의혹을 둘러싸고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관여·개입 여부를 비롯해 관련 정황을 인지했거나 보고받았는지, 혹은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에 관한 수사가 진척됐을 때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추가 소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특검보도 관련 질의에 “(조사가) 하루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소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출석 방식에 대해 문 특검보는 “내란특검팀과 마찬가지로 평소 다른 피의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맞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정문을 통해 공개 출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언론 취재진이 자체적인 포토라인을 설치해 직접 의혹에 관해 묻는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 “아직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았다”면서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의 핵심 인물 김예성씨의 부인 정모씨에게도 변호인을 통해 23일 오전 10시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집사 게이트는 김 여사와 친밀한 관계인 김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고, 이 가운데 차명회사를 통해 46억원어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당시 투자금 가운데 46억원이 이노베스트코리아가 보유한 IMS모빌리티 구주를 사들이는 데 쓰였다.
하지만 부인인 정씨가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업체가 김씨가 실소유한 차명회사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현재 김씨가 국외로 출국해 해외도피 상태인 가운데 특검팀은 국내에 머무는 정씨도 피의자로 입건해 출국금지 조처하고 46억원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6시간가량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주포’인 이정필씨에게 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에게 이 혐의 외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조병노 구명로비 등 그가 등장하는 다른 의혹에 관해서도 신문했으며, 향후 이정필씨와 대질신문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를 22일 오전에도 불러 조사를 이어가려는 계획이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조사를 연기해달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