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연루 혐의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피선거권 제한으로 현재로서는 차차기 대선 출마 길마저 막히면서 친문 그룹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적통 잠룡’ 반열 오른 盧 비서관, 드루킹 사건에 나락으로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1994년 민주당 신계륜 의원실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노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고,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권 도전과 함께 여의도로 복귀했다.
2012년 총선(경남 김해을), 2014년 지방선거(경남지사)에 잇따라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끝에 2016년 총선에 김해을에 재도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듬해 대선후보 경선 기간 문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대선 선거운동 때는 문 대통령을 24시간 밀착 수행하는 ‘복심’으로서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협치부대표로 임명돼 당청간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우여곡절 끝에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일약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체급을 높였다.
잠룡 반열에 오르며 친노·친문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현 정권 출범 과정에서 맺은 ‘드루킹’ 김동원 씨와의 인연이 결국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 구심점 찾는 친문…각 캠프로 분화 ‘각자도생’
김 지사는 이날 유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징역형 2년에 출소 후 피선거권 제한 기간 5년을 더한 향후 7년간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 선거에 나서지 못한다. 1심 판결 후 구속수감됐던 77일을 빼도 2028년 4월에야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지사가 다음 정권에서 사면·복권되지 않는 한 친문 세력은 적장자를 잃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친문 그룹은 차차기 잠룡 대열에서 ‘적통’ 김 지사마저 잃으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지사가 재판 굴레에서 벗어날 경우 그를 구심점으로 대선 길목에서 친문이 다시 세력 결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결국 모든 게 물거품이 되면서 친문은 미래 공백 상황에 빠지게 됐다.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8년 보좌진의 ‘미투’ 폭로로 정치 무대에서 내려왔다. ‘오른팔’ 이광재 의원은 이번 예비경선 과정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다가 정세균 전 총리와의 단일화로 조기에 물러났다.
친문은 작년 말 현역 50여명이 참여한 모임 ‘민주주의4.0연구원’을 만드는 등 정권 재창출 과정을 주도하고자 하는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홍영표 의원이 ‘비주류’ 송영길 대표에 석패하며 당권마저 내준 처지다.
당의 주류인 친문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자동 해산’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상당수 의원은 각 경선 후보 캠프로 분화하며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진영은 이해찬 전 대표의 ‘광장’ 조직기반을 물려받았고, 김성환 이해식 의원 등 이해찬계 친문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형배 의원은 캠프 전략 담당이다.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는 청와대를 거친 정태호 윤영찬 의원이 대표적 친문 인사이고, 민주주의 4.0의 박광온 의원도 있다.
정세균 후보 쪽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강기정 전병헌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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