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계엄 선포 약 3주 전인 11월 ‘롯데리아 회동’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를 한 정황이 군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17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86쪽 분량의 문 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11월 17일 오후 3시께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정보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어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도 잘 준비하라”며 자리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문 사령관은 배석한 정보사 대령에게 “일단 체포 관련 용품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지시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난 것으로 군검찰은 파악했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점집을 차려 역술인으로 활동해왔다. 민간인의 명령에 현역 정보사령관이 따른 셈이다.
문 사령관은 11월 19일 최종 선발 요원 40명 명단을 보고받고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을 다시 만나 “계엄이 선포되면 즉시 중앙선관위로 선발대를 보내 서버실 등을 확보하라”며 “믿을만한 인원들로 10명 정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낮에도 문 사령관에게 전화해 “오늘 저녁 21시경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정보사령부 소속 대원 10명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시켰다. 이들은 실탄 100발과 소지한 채 차량 2대에 나눠 탑승해 선관위 인근 도로에서 대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원 10명은 문 사령관 명령에 따라 중앙선관위 당직실로 진입해 당직자, 방호원의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일반 유선전화 전원도 차단했다.
문 사령관은 또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 36명을 판교 정보사 100여단 대회의실에 집결시켰다.
정보사 A 대령은 문 사령관 지시에 따라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표식이 달린 목걸이 표찰,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한 뒤 체포 대상인 중앙선관위 직원 30여명의 명단을 불렀다.
A 대령은 “이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12월 4일 오전 5시께 출동해 아침에 출근하는 이들 직원을 케이블타이 등으로 포박하고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부대원을 4∼5명씩 나눠 4개 조로도 편성했다.
수방사 벙커로 선관위 직원을 이송한 후 취조 공간을 확보하는 A조, 선관위 방송실로 이동해 미협조시 체포한다는 내부 경고 방송을 송출하는 B조, 선관위 직원 전체 명단을 확보하고 청사 내 조사실을 확보하는 C조 등이 있었다.
D조에게는 “전산실로 이동해 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관련 신고 및 양심고백을 하라는 공지 글을 게시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
부대원 36명은 출동 대기를 하다가 4일 오전 4시 26분께 비상계엄 해제가 발표되자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와 함께 각자 부대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