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집단 암매장 추정지서 치아 210개·유품 27개 수습
“1950∼70년대 암매장, 12∼15세 추정…국가가 전면 발굴 나서야”
25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선감학원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에 참석한 이모(63)씨는 구덩이를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이씨는 1970년부터 5년간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피해자다.
이 구덩이에서는 이씨의 친구가 바닷가에서 굴을 까먹으며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쇠붙이와 허리띠 버클이 발견됐다.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21일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의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분묘 40여기를 2차 시굴(시범 발굴)한 결과 당시 원생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210개와 단추 등 유품 27개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유해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분묘 13기에서 치아가, 8기에서 금속 고리 단추와 직물 끈 등 유품이 수습됐다. 6기에서는 치아와 유품이 함께 발굴됐다.
시굴 작업을 맡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우종윤 원장은 “유해 감식 결과 12∼15세의 아동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동들이 가매장된 분묘 대부분은 길이가 110∼150㎝, 깊이도 50㎝ 미만이었다. 가장 작은 분묘의 길이는 85㎝에 불과했다.
진실화해위는 원아 대장에서 사망 기록이 처음 나타나는 1956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이곳에서 암매장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도와 행정안전부가 진실화해위의 유해 발굴 권고를 1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유해 발굴은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업 불참을 통보했다.
연구원은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이 7∼18세로 어리고 암매장 이후 최소 40년이 흘러 일부 분묘에서는 유해가 발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토양 산성도가 높고 습해 유해 부식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감학원 아동 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그나마 흔적을 알 수 있는 유해인 치아의 흔적이 갈수록 풍화되고 부식이 심해지는 것을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국가와 지방정부가 신속히 나서서 선감학원 일대의 전면적 유해 발굴에 나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와 유품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될 계획이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9월 유해 매장지 1차 시굴에서 분묘 5기에서 치아 68개와 단추 등 유품 7개를 수습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까지 모두 45기 분묘에서 치아 278개와 유품 34개를 수습했다.
선감학원은 조선총독부가 1942년 ‘태평양전쟁 전사’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일종의 감화 시설이다. 1982년까지 운영되며 부랑아 갱생·교육 등을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해 격리 수용했다.
원생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폭력과 고문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 834명 중 상당수는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진실화해위는 시굴 결과를 반영해 오는 12월 2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경기도에 전면적 발굴을 재차 권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