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인체의 미생물이 체온 상승에 기여’ 가설 검증…제주서 현장연구
미 해군이 병사들의 저체온증을 막는 묘안을 찾으려고 다름 아닌 제주도에서 연구에 착수했다고 UPI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제주발로 타전한 이 날 기사에서 ‘해녀'(haenyeo)를 자세히 소개하며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제주 할머니들이 미 해군의 연구 대상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들 해녀는 대대로, 특히 어머니가 딸에게 기술을 전수하는데, 1970년대 초 해녀복이 검은색 고무로 바뀐 것 말고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해녀 규모는 수십 년에 걸쳐 줄어들었으며 이제는 대부분 나이가 70대 이상으로 고령화했지만, 여전히 이들은 제주 문화의 핵심이자 척박한 자연, 정치적 억압 속에서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미 해군은 본토에서 연구원들을 파견해 이들 해녀를 직접 찾아 나섰다.
한때 접근이 어려웠던 북극이 점차 군사적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병사들이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느끼는 중압감, 저체온증 우려 등을 줄이는 방법을 찾겠다는 목적에서다.
이들 연구원 중 한 명인 문태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특히 해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연구 중에 가장 괴짜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해녀 사이에 대물림되는 인체 미생물이 체온 상승에 기여하는지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그는 해군 예산으로 50만 달러 규모의 연구를 맡아 해녀의 피부 및 체내 미생물이 바닷속 같은 추운 환경에서 인체와 교신하며 체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인체에는 세포의 10배에 달하는 미생물 균체가 있는데, 성인으로 치면 이들 미생물 균체가 시간당 섭씨 1도씩 체온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미 해군 관계자는 문 교수의 연구가 해군 잠수와 연관됐으며 “북극 지역에서 해군 작전을 확대하는 데 따라 수중 작전을 위해 체온 유지를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해녀의 미생물이 후손에게 대물림됐을 것이란 가설 아래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해녀는 추위에 맞선 사람들의 강력한 표본”이라면서 “200년 전부터 해녀의 후손이 해녀가 되면서 유전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타대 멜리사 일라도 연구원 또한 제주 해녀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앞서 인도네시아 바자우족의 잠수 능력을 연구했었는데, 얼마 전에는 제주를 방문해 해녀 연구에도 착수했다.
그는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유전적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