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재 “‘로잔 우승’ 믿기지 않아…발레와 가까워진 계기 돼”

“아직도 제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우승한 발레리노 박윤재(16·서울예고)가 1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회 소감을 들려줬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무대여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 옆에서 준비하는 동안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잘 참아내고 덤덤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기다 보니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윤재는 아울러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게 점수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며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잔 콩쿠르 우승의 의미에 대해서는 “상과 경험은 한층 더 저와 발레가 가까워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제 이력에도 남으니 자랑스럽게 가슴팍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이름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관심은 로잔 콩쿠르 우승자의 진로로 쏠렸다.

그는 향후 계획한 해외 발레단이나 발레 학교가 있는지와 관련해 “많은 오퍼(제안)와 기회들을 얻었지만, 명확하게 어느 학교에 갈 것인지 답해드리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로잔 콩쿠르 입상자는 연계된 발레단과 발레 학교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

박윤재는 다만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에 돌아다니며 춤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누나를 따라 발레를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춤추고 뛰며 발레를 놀이처럼 즐기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학원, 5학년 때 한국예술영재교육원(영재원)에 다니며 발레를 전공으로 잡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에 몰두해 다른 꿈을 가질 새는 없었다고 한다.

박윤재는 “발레하지 않았으면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년에 영재원에서 나와 현재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영재원 소속 무용수는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으로 조기 입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와 다른 진로를 택했다.

박윤재는 “어디서든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서울예고에서도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은사들에게 공을 돌렸다.

다만 평소 연습 시간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연습할 때 집중적으로 하고 연습이 잘되지 않으면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날 안 좋았던 것은 당일날 털어버리기 위해서다.

박윤재를 가르치고 있는 대만 출신의 무용수 리앙 시후마이 서울예고 강사는 “윤재 군은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재능을 갖고 있던 친구”라며 “윤재를 기술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옆에서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도 되는 선생님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안윤희 서울예고 무용부장은 “최근 발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사회 전반의 인식도 달라지면서, 윤재 군처럼 조기 교육을 시작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발레 남자 무용수가 늘었다”며 “그들이 이미 가진 재능과 열정이 더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꺼운 다리와 평발은 박윤재의 콤플렉스다.

그는 “‘다리가 두꺼워서 몸이 무거워 보인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자랐다”며 “평발이 심해 무용을 할 때 쥐가 많이 난다”고 털어놨다.

로잔 콩쿠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박윤재는 “오히려 로잔에 가서 다리가 이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용수들을 보면서 키가 크든 작든 자신의 매력이, 가슴을 울리는 마음과 춤, 표현 등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 부모님이 ‘포기하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가라’라고 말하며 전폭적인 지원도 해줬다고 전했다.

롤 모델로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이자벨 시아라볼라를 꼽았다. 이들은 각각 1965년생, 1972년생으로 무용수로서는 고령임에도 모든 발레 무용수로부터 선망받는 발레리나인 점이 존경스럽다는 것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오페라 가르니에’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박윤재는 “‘돈키호테’의 (이발사) 바질 역할을 가장 좋아한다”며 “바질만이 뽐낼 수 있는 야생의 강한 에너지를 좋아해 그런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발레의 매력은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이다.

“발레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한 것 같아요. (중략) 나라가 어려울 때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발레 공연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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