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악성 허위민원에 폐과합니다”…한 소아과 원장의 호소

“앞으로 통증 진료하겠다” 공지…의사회 “악성민원 보호 장치 필요”

 

지방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을 이유로 ‘폐과’를 선언했다.

6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해당 의원에 따르면 광주에 위치한 A소아청소년과의원은 이날 “○○○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 5일로 폐과함을 알린다”고 공지를 내걸었다.

A원장은 공지에서 피부가 붓고 진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진료받은 4살 아이의 보호자가 간호사의 서비스 불충분 등을 이유로 허위민원을 제기했다며 “환자가 아닌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를 더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A원장은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의 통화에서 해당 환자 진료 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이 발생해 원장이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음에도, 추후 보호자가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며 2천원 환불을 요청했고, 곧바로 환불받은 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A원장은 “난 돈 많이 못 버는 것도 상관없고 이것(소아과 진료) 할 때 기뻐서 해왔다”며 “난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닌데 내 에너지를 진료에 집중하고 싶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데 쓰고 싶진 않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A원장과의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A원장은 직원을 통해 추후 생각이 정리되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공지에 익명으로 등장한 보호자 측 설명은 듣지 못했다.

임현택 회장은 A병원의 사례에 대해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전국 동네의원이 지난 10년간 7천 개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소아청소년과(2천200→2천147개)와 산부인과(1천397→1천319개)만 줄었다.

소아과 감소엔 저출생 심화로 수요가 줄어든 것과 더불어 이른바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한 보호자의 ‘갑질’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보호자 갑질로 진료과목을 바꾼 사례가 이것 말고도 내가 아는 것만 여러 건”이라며 “일산의 한 원장님도 보호자와 법정 싸움까지 벌인 뒤 폐과하고 성인 진료로 바꿨는데 너무 만족한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열정 있으신 분들이 이렇게 진료를 그만두면 결국 동네 다른 아이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이런 악성 민원으로부터 의사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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