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강남역 인파 평소 수준…홍대엔 축제 참여한 젊은층 모여
경찰·지자체 골목 순찰…질서유지 펜스·전광판 설치해 안전관리
핼러윈 데이를 앞둔 금요일인 27일 저녁, 1년 전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 이태원 일대는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밤이 깊어져 가면서 점차 오가는 사람은 늘었으나 평소 금요일 저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리에서 핼러윈 장식이나 소품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이 일대에서 목격된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행인은 5∼6명 정도였다.
오후만 해도 텅 비어있던 세계음식특화거리의 음식점과 술집에는 점점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점마다 스피커에서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종업원들의 호객 행위도 심심찮게 보였다.
사고가 났던 해밀톤호텔 골목도 크게 붐비지 않았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태원을 찾은 여러 시민은 참사 1주기를 기억하기 위해서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참사 경위 등을 설명한 표지판을 읽으며 눈물을 보였다. 숙연한 표정으로 포스트잇 판에 추모 글귀를 적기도 했다.
사뭇 다른 분위기의 홍대 거리.
홍대거리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인파가 늘어나며 거리가 붐비기 시작했다. ‘불금’을 즐기려는 친구,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지만 핼러윈 축제에 참여할 목적으로 온 이들도 여럿 있었다.
홍대입구역 출구 뒤편에서는 한 노점상이 핼러윈용 장식용품을 판매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후 9시께 클럽거리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1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직장인 이모(19)씨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고 이번에 처음 나왔다”며 “작년에 사고도 있고 술집들이 이벤트를 많이 해서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경찰이 많아서 안전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탕후루를 들고 있던 커플 김모(19)씨와 고모(21)씨도 핼러윈을 앞두고 데이트를 겸해 홍대 거리를 찾았다면서 “작년에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거리가 통제되는 느낌이고 활기가 부족해 좀 아쉽다”고 했다.
곳곳에서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관계기관의 대응은 모두 작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행사 주체, 도로 통제, 구급 대응 수단 등의 관리와 책임 소재를 놓고 빚어졌던 혼선은 일단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에는 길 한가운데 일방통행을 유도할 목적으로 200m가량 질서유지 펜스가 쳐졌다. 화살표와 함께 ‘입구전용’, ‘출구전용’이라고 쓴 입간판도 세워졌다.
강남역 일대에는 혼잡도를 안내하는 전광판이 100∼200m마다 설치됐는데,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오니 주의 바랍니다’란 문구가 떴다. 대형 건물 앞에는 구급차와 소방펌프차도 배치됐다.
골목 곳곳에는 2∼3명의 경광봉을 든 구청 직원과 제복 차림의 경찰관이 분주히 순찰하며 인파 밀집 상황을 파악하고 동선을 관리했다.
마포구청장과 마포경찰서장, 마포소방서장 등으로 구성된 합동 순찰대는 오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홍대 거리를 점검했다.
순찰대는 보행로에 장애물이 없는지 살피면서 아무렇게나 놓인 공유킥보드와 도로를 점유한 좌판을 정리했다. 또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상 테이블을 철수시키고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도 단속했다.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 거리에는 약 8만명이 운집했다.
오후 10시 기준으로 이태원 관광특구에는 약 1만2천명, 강남역에는 약 6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세 곳 모두 평소 금요일 저녁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핼러윈 주간의 금요일 밤은 긴장감과 차분함, 애도 분위기와 젊은 열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