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면서 촬영 장소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D.P.’는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많은 부분을 촬영했습니다.
특히 마지막화(6화)에서 탈영한 조석봉 일병(조현철)이 황장수(신승호) 병장을 납치해 복수극을 벌이는 터널 외부 장면은 부산 수영구에 있는 광안동 지하 벙커 외부에서 촬영됐습니다.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시절 광산이었던 것을 확대·개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록상 건립 시기는 1972년.
광안동 지하벙커의 공식 명칭은 부산 충무시설, 방공터널로도 불립니다.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서 촬영한 것인데 이곳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열쇠로 건물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길이 30∼40m 동굴이 나왔습니다.
동굴 끝까지 걸어간 뒤 문을 열고 나가자 대형 지하 벙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쟁 등 비상 상황 시 부산시, 경찰, 53사단 등이 지휘 본부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서울 함락 등 최악의 상황에는 청와대, 군 수뇌부도 사용하는 용도로 설계됐습니다.
규모는 3천685㎡. 중앙 통로 길이는 270m, 폭은 최대 4.5m입니다.
준공 당시 전기·통신시설을 갖췄고, 강성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져 웬만한 폭탄에도 끄떡없게 설계됐습니다.
부산 충무시설은 1997년까지 매년 을지훈련 때 지휘 본부로 사용됐습니다.
안에는 20여개의 사무 공간이 있고 밖에는 관리동이 있었습니다.
이후 1999년 새로 이전한 부산시청 안에 충무 시설이 조성되면서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최근에는 비어있는 이곳에서 다양한 작품이 촬영되고 있습니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이곳에서 영화 ‘감기’, ‘부산’, ‘타짜’와 드라마 ‘완벽한스파이’, ‘더킹 투하츠’, 넷플릭스 드라마 ‘D.P.’ 등 총 29편의 작품을 촬영했습니다.
2016에는 MBC 무한도전 공개수배편에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순 촬영장 용도로 쓰이기에는 안타까운 장소라는 목소리도 많이 있습니다.
이곳은 2012년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미디어 소극장, 전시실 등 ‘부산 미디어아트 벙커’로 조성이 추진되기도 했는데 소방시설 설비 구축과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주민들은 지난 2017년 방치된 터널을 개방해달라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이곳이 단순 촬영장을 넘어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