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국회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이틀째인 15일에도 이재명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역량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전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갑질 의혹에 이어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면서 자진 사퇴 압박과 동시에 이날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를 정조준, 자칭 ‘무자격 5적’에 대한 낙마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원 생환’을 목표로 한 더불어민주당은 ‘결정타’는 없었다고 방어막을 치면서 야당이 후보자의 능력이 아닌 비방에만 집중한다고 역공했다.
여야는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청문정국 주도권을 놓고 전선을 확대하기도 했다.
보훈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등 4개 부처 장관 및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권오을 후보자의 ‘겹치기 월급 수령 의혹’을 파고들면서 권 후보자의 전문성도 문제 삼았다.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민국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03∼2004년 같은 기간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며 급여를 받았다”며 “홍길동의 분신술이 아니고서는 전국 너댓곳 업체에서 동시에 급여를 받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청문회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출신인 권 후보자를 향해 “당을 바꿔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전문성도 없는 보훈부 장관 시켜준다니까 얼른 나서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시쳇말로 꿀 발린 데만 찾아다니면서 꿀 빠는 인생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비꼬았다.
이에 민주당은 권 후보자를 “독립운동가를 다수 배출한 경북 안동 출신”(김현정 의원), “보훈에 관심이 많고 전문성도 있다”(김승원 의원)며 지원 사격했다.
다만 민주당 당권 주자인 박찬대 의원은 권 후보자가 서면 답변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판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황당하다”고 질타했다.
네이버 출신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른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을 성남FC 관련 범죄 혐의를 덮으려는 ‘방탄 인사’라고 주장하면서 후보자에게 “관여했느냐고”고 따져 물었다.
산자위 간사인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인에 대한 보상용 인사이자 공직 뒷거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성남FC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을 비판하면서 보수정당 단체장들도 유사하게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여야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 해체’, ‘대북 불법 송금’ 등을 거론하며 거친 설전을 벌였다.
8·2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내란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은 해체해야 한다”고 말하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내란에 대한 법적 평가는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자금을 불법적으로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고 했고,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송금이 아닌데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방위 청문회는 여야 의원 간 설전으로 두 차례나 중단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논란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는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도 자료 제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청문회 초반부터 충돌했다.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불발되기도 했다.
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어제 청문회 첫날 국민의힘은 비방과 인신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는 16일 이번 청문 정국의 관심이 집중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