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자체의 문제 아닌 MBC 드라마국의 구조적 문제”
핵심 연출인력 유출에 드라마 골조 붕괴…내부 역량 강화 모색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올해 MBC TV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첫 포문을 연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이 0.9%까지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MBC 드라마국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르극이 드라마 시장의 대세를 차지한 요즘 로맨틱코미디(로코)가 큰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상파 드라마에서 0%대 시청률이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성적이 ‘오! 주인님’이라는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드라마 시장에서 MBC TV의 위상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12월 MBC TV가 공개한 2021년 드라마 라인업에 따르면, ‘오! 주인님’을 포함해 4편의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까지 총 5편의 드라마가 올해 시청자들과 만난다.
라인업 공개 당시 MBC 측은 드라마 편수를 대폭 줄인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작품성을 극대화한 명품 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합격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는 5∼6%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 주인님’은 2%대 시청률로 시작해 방영 5회 만에 1%대로 떨어져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기와 나나 주연의 ‘오! 주인님’은 연애를 ‘안’하는 자아도취형 드라마 작가와 대한민국 최고의 ‘로코퀸’ 배우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16부작으로 편성된 이 작품은 지난주 12회까지 방송되면서 종영까지 단 2주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도 저조한 모습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3일 “작품이 구태의연한 부분이 있다”며 “로맨틱코미디 작품은 톡톡 튀는 맛과 대사, 그리고 주인공의 예쁜 모습들 등 장점이 살아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BC 드라마가 힘이 약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최근에 나온 MBC 드라마 중 시선을 끌었던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가에선 이와 같은 MBC 드라마국의 위기가 PD 등 연출 인력의 대거 이적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C를 떠난 대표적인 인물로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연출한 이윤정 PD, ‘안녕, 프란체스카'(2005), ‘검법남녀’ 시리즈의 노도철 PD, ‘에덴의 동쪽'(2008),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미씽나인'(2017)의 최병길 PD, 가수 이적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최고의 사랑'(2011), ‘신들의 만찬'(2012)을 연출한 이동윤 PD 등이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MBC뿐 아니라 KBS, SBS 등 타 지상파 방송사들에서도 오랜 기간 지적돼왔다.
하지만 MBC는 드라마 분야를 외부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하기보다 내부 역량을 키워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 PD가 유출된 게 사실이지만, 남아 있는 젊은 PD들과 함께 내부 스튜디오에서 ‘리부트’하겠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MBC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대작을 조금씩 선보이면서 자구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배우 남궁민을 주연으로 내세운 15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 드라마 ‘검은 태양’이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게 아니라 내년이나 그 이후에나 보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성공하지 못했을 때 오는 손해가 커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드라마 편수가 적은 게 안타깝긴 하지만 어떤 색을 보여주며 어떤 길을 갈 것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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