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승 1면에 다룬 14일자 스포츠신문 동나…중고사이트 ‘웃돈’ 거래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LG트윈스를 응원한 대학생 조모(24)씨는 지난 14일 서울 시내 편의점 4곳을 돌아다녔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소식을 1면에 큼지막하게 다룬 스포츠신문을 소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신문을 구하지는 못했다. 이미 다른 손님이 모두 사간 탓이다.
라씨는 “군대에 있는 LG 팬 친구가 신문을 구해달라고 해서 ‘나도 못 구하고 있는데 네 것까지 어떻게 구하느냐’고 농담 삼아 말했다”며 “결국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서 회사로 배달 온 일간지 6부를 구해 친구에게 주려 한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전날부터 “○○일보만 간신히 구했다. 교환하실 분들은 DM(다이렉트 메시지) 부탁드린다” “서울 시내 가판대와 편의점 15군데를 돌아다녀 간신히 신문을 샀다” “가판대 어르신이 ‘오늘따라 신문이 잘 팔린다’고 하셔서 야구 때문이라고 답했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실제 14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의 신문 가판대 7곳에서는 1면 머리기사로 LG트윈스 우승 소식이 박힌 스포츠신문이 모두 동나 있었다.
신문 가판대를 운영하는 이국희(82)씨는 “평소 스포츠신문은 하루에 한 부 나갈까 말까 하는데 오늘은 비치된 5부 모두 점심시간 전에 다 팔렸다”며 “지금까지 30∼40명이 와 스포츠신문을 찾아서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종로구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 역시 “헐레벌떡 들어온 한 학생한테 스포츠신문은 진작에 팔리고 없다고 말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그럼 이거라도 사 가야겠다’며 한 일간지를 사가더라”고 했다.
스포츠신문은 통상 1부에 1천원 정도지만 14일자 신문을 사려면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 웃돈을 줘야 할 정도다.
전날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스포츠신문 네 부를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판매자는 “2023년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LG트윈스 신문을 판매한다. 스포츠○○ 등 신문 4장을 일괄 판매한다”며 스포츠신문 네 부의 사진을 올렸다.
대표적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도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LG트윈스 관련 ‘굿즈'(기념품)을 팔겠다는 게시물이 150건 넘게 올라왔다. 품목은 LG트윈스 팬들에게 ‘가을야구'(KBO 포스트시즌)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비롯해 유니폼, 사인볼까지 다양하다.
앞서 지난달 4일 한 스포츠신문은 LG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이 결정되자 선수들이 환호하는 사진을 1면에 내걸었다.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이 신문은 2천부를 추가 제작해 배포하고 지면을 보는 각도에 따라 사진이 바뀌는 렌티큘라 포토 카드로 만들어 팬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팬들의 정서적 만족감 추구에서 찾았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삶에서 별다른 활력소를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자신에게 꾸준한 즐거움을 주는 재화에 몰입하고 가치를 찾고 있다”며 “(자신이 응원한 구단이 우승하자) 팬들이 이에 동조하며 자신도 기쁘다는 감정을 굿즈 구매를 통해 기꺼이 표출하려는 심리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