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부서 공감대 없이 강행”…정작 육사도 학계와 논의 안해
국방부 앞 홍범도 흉상도 이전 검토…’홍범도 지우기’ 본격화
군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하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육사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하는 등 ‘홍범도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28일 오후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 자료를 배포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김일성이 소련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불법 남침하여 6·25전쟁을 자행한 엄연한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장군이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자유시 참변사태는 1921년 6월에 자유시에서 무장해제를 거부한 독립군이 공격당한 사건을 말하는데, 홍범도 장군은 순순히 무장해제하는 편에 섰다는 평가”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특히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만 별도의 입장 자료를 내고, 김좌진, 이범석 장군과는 ‘결이 다르다’는 식의 평가를 한 것을 두고 독립운동가 5명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쏙 빼서 이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육사 내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중 홍범도 장군만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가 있는 건 맞으나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애초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명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해 후폭풍을 초래했다.
특히 국가 수호에 전념해야 할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근현대사 논쟁에 뛰어들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 중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홍범도 장군에 대해선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한 활동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 당시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이 강행됐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흉상 설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육군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3월 1일 우리 군 장병이 훈련으로 사용한 실탄의 탄피 300㎏을 녹여 홍범도 장관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제작해 육사 교내에 세웠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나 육사는 이번 흉상 이전을 추진하면서 학계와 논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대변인은 ‘육사가 역사학계나 교육부, 교과서 집필 기관 등과 함께 동상 이전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