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20년 구형했으나 5명 집유…성매매 권유 1명은 벌금형
아동·여성단체 “사법부 성 인지 감수성 바닥”…사건은 2심으로
미성년자들에게 조건 만남을 제안하고 성관계를 맺은 어른들이 나란히 처벌받았다.
그러나 징역 15∼20년에 이르는 검찰 구형과 달리 피고인들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쳐 아동·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사법부의 성 인지 감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이동희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피고인 중 가장 많은 4차례 의제강간 범행을 저질렀고, B씨는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만 적용됐다.
피고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건 만남 대상을 물색한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 중에는 공무원도 1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 아동들이 겉보기에도 어린 데다 대화 내용 등으로 미루어보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10∼15년을 구형했고, B씨에게는 가장 낮은 징역 3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실형 선고 없이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공통으로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피해자들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등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측과 합의했거나, 피해자를 위해 각 1천500만∼5천만원을 형사 공탁한 사정 등도 감경 요소로 삼았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아동·청소년 지원 기관과 여성단체는 최근 법원 앞에서 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사건 판결은 사법부의 성 인지 감수성이 바닥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심히 실망스럽고 울분을 불러일으키는 판결이었다”며 “합의해서, 초범이라서, 공탁했다고 집행유예를 준다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크나큰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정당성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피고인 중 3명도 항소장을 내면서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