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역대 가장 강력한 4.9 지진 발생…”이렇게 땅 흔들린 건 처음”
광주·대전·세종 등에서도 감지돼 신고·문의 전화 수십 통
저녁 퇴근 시간을 앞두고 규모 4.9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제주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자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14일 제주도 기상청과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9분 14초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다. 기상청은 진원의 깊이를 17㎞로 추정했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제주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강한 지진이다. 이전까지 제주 인근 지진 중 규모 1위는 2008년 5월 31일 오후 9시 59분 제주시 서쪽 78㎞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2 지진이었다.
규모 4는 대부분 사람이 놀라고 전등을 비롯해 매달려 있는 물건이 크게 흔들리며 안정감이 부족한 상태로 놓인 물체가 넘어지는 정도다.
규모 5는 건축물에 금이 가거나 지붕에서 기와가 밀려 떨어질 수 있고 사람이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들어대는 수준이다. 경주 지진은 건물이 요동치고, 약한 구조물에 금이 가는 정도의 지진이었다.
지진이 발생하자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지진 관련 문의 전화 89통이 접수됐다.
다행히 현재까지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돼 출동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1건의 난간이 뒤틀렸다는 피해 신고가 들어왔으나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발생 당시 제주도 전역에 있는 건물들이 갑자기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3∼4차례 크게 흔들렸다.
지진 당시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 있던 60대 여성 조모 씨는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의자가 덜덜 흔들리며 떨리고, 주변에 있던 펜스가 흔들려서 덜컹덜컹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앙 인근인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의 한 단층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태경(47) 씨는 “8살과 11살짜리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진동에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마라도에 있는 한 펜션에서도 “우당탕하며 진동이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지진은 서귀포시뿐 아니라 제주시 전 지역에서도 감지됐다.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은 지진이 감지되자 건물 밖 주차장으로 대피하는 등 제주지역 관공서 직원과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서성이며 불안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내 모든 학교 학생(기숙사 포함)과 교직원도 긴급 귀가 조처됐다.
제주공항에서는 활주로 점검차 제주 기점 출발·도착 항공편이 10여 분간 잠시 대기하기도 했다. 현재는 정상 운행 중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한 단독주택에 사는 홍모(63) 씨는 “순간적으로 집 창문이 덜덜덜 떨려 깨지는 줄 알았다”며 “살면서 이렇게 땅이 흔들리는 느낌은 처음 느껴봤다”고 말했다.
제주 최고층 38층(169m) 드림타워에서도 약간의 흔들림만 있었을 뿐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지진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근무’를 발령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긴급 상황 회의를 열고 도내 모든 학교에 대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급식 전 가스시설 등 반드시 점검,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체육관 사용 금지, 조적(벽돌 쌓기) 건물 사용 금지, 전열기구 사용 금지, 4층 이하로 학생 배치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제주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진동이 전해졌다.
광주·전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집과 사무실 등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각각 24건과 37건 접수됐다.
목포·여수·해남 순으로 신고 건수가 많았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주민 조모(48) 씨는 “휴대전화 경보가 울려 확인하는 순간 3∼4초가량 멀미가 날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며 “다른 사무실 직원들도 뛰쳐 나와 건물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대전과 세종에서도 지진 신고가 모두 9건 접수됐고, 전북에서는 단순문의 전화만 1건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