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편견 심화 1위 불명예…세계인 25% “아내 때려도 괜찮아”

유엔 젠더사회규범 보고서…”성편견 없는 한국인 10명 중 1명”

지구촌 ‘머나먼 성평등’ 확인…”육아·노동시장 등 정부개입이 핵심”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 속에 한국은 남녀 모두 성평등 인식 수준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간한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별도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성평등에 반하는 편견이 가장 많이 심화했다.

UNDP는 세계인구의 48%에 해당하는 이들 나라 주민을 대상으로 가치관을 설문 조사해 2010∼2014년, 2017∼2022년 두 시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인식 수준을 평가했다.

반면 독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 등은 성평등 인식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최소 1개 항목 이상 성편견이 있는 한국인의 비율은 남성은 93.08%, 여성은 86.83%였다.

성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는 한국인의 비율은 10.12%에 머물러 스웨덴(68.24%), 뉴질랜드(65.56%) 등 상위권 국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편견을 지닌 이들의 비율이 부문별로 주목할 차이를 보였다.

정치적 편견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72.85%였고 경제 부문은 55.28%, 교육 부문은 33.73%, 신체조건 부문은 56.20%로 나타났다.

시야를 더 넓혀 지구촌 76개국을 살펴보면 성평등을 향한 인식 개선은 아직 전반적으로 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인의 절반 가량은 대통령이나 총리 등 정치 지도자로 여성보다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기업 임원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40%를 넘었다.

더 극단적인 설문 항목을 살펴보면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드로 콘세이상 UNDP 인적개발보고실 실장은 “여성권을 해치는 사회적 규범은 사회에 폭넓게 해롭다”며 “그 때문에 인적 개발의 확대가 지체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었다.

성편견이 전혀 없는 국민의 비율이 높아진 국가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27개국에 달했다.

UNDP는 젠더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바꾸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이나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영유아 돌봄 책임이나 여성의 가사 활동에 대한 관념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켈 라구나스 UNDP 젠더팀 국장은 “급여를 받지 않는 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돌봄을 둘러싼 젠더규범에 이의를 제기할 매우 효과적 방법”이라며 “여성에 대한 성편견이 매우 높은 국가를 보면 여성이 급여를 받지 않는 돌봄에 6배나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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