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첫 재판을 열고 1시간 30분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 기일을 이날 정하지는 않았지만, 재판관 평의와 평결을 거쳐 결정문 작성과 선고까지 통상적 경로를 밟는다면 3월 중에는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은 증거 확보 및 제출을 위해 변론기일을 더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한 총리의 탄핵심판 1차 변론을 열고 오후 3시 30분께 재판을 마쳤다.
문 대행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양측 주장을 듣고 제출된 증거의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양쪽 동의를 얻어 증거를 열람하는 간이 방식으로 증거조사까지 마쳤다.
헌재가 변론 종결 의지를 보이자 국회 측은 검찰이 수사기록에 대한 인증등본송부촉탁(자료 송부) 신청에 응하지 않아 필요한 자료를 증거로 내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심인 김형두 재판관은 검찰 회신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변론종결 이후 증거가 아닌 참고자료로 제출할 것을 권했다.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은 증거로 제출된 자료는 피고인과 검사가 참여한 가운데 재판을 열어 조사해야 한다고 돼 있기에 변론기일을 열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회 대리인은 그러나 “서증(서면 증거)으로 채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송부촉탁 신청을 한 것인데 참고자료가 서증과 같다거나 증명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반대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검찰이) 대통령 탄핵 사건에는 다 주면서 국무총리 사건에는 주지 않는다. 어떤 건 주고 어떤 건 안 주고 그럴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재판관들께서 어느 정도 기일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반면 한 총리 측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자료를 갖고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심리를 속행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한 주장”이라며 “심리 지연 의도”라고 반박했다.
문 대행은 “탄핵소추는 입증책임을 국회에 지우고 있고 국회에 탄핵소추 의결 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걸 포기하고 여기 들어왔을 때는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지, 마냥 수사기관의 선의에 기대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건 저로서는 반드시 그래야 된다는 의무감은 못 느낀다”며 국회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대행은 양쪽 최후 진술까지 듣고 “선고기일은 평의로 정해지면 공지하겠다”며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까지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약 2주 가량이나 그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변론종결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8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만에 선고됐다.
앞서 한 총리 측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우선해 심리·결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비상계엄과 관련한 중요 쟁점이 겹칠 수 있는 만큼 선고 시기가 대략 맞물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불러달라는 국회 측 증인 신청도 기각했다.
문 대행은 “청구인 측이 신청한 증인은 2월 14일 도착한 국무총리실의 사실조회 회신 등에 비춰 반드시 필요한 증인이라고 보기 어려워 재판부 평의를 거쳐 기각한다”고 알렸다.
앞서 국회 측은 13일 한 전 대표를 불러달라고 신청했다.
한 총리가 한 전 대표와 지난해 12월 8일 ‘공동 국정운영 방안’을 발표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등을 어겼다는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겠다는 취지였다.
한 총리 측은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검찰 특별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은 물론 서울중앙지법과 국무총리실로부터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과 사실조회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 박성재·조규홍·오영주·송미령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참고인 진술조서, 한 총리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국회 측 김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변론이 끝난 뒤 취재진에 “추가로 입증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재판부에서 변론을 종결하면 좋겠다고 판단하고 들어온 것 같다”며 “형사기록이 확보되는 대로 한 총리가 내란 행위에 방조한 점을 최대한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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