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김정수 삼양 부회장 조명…”매운 음식 맛집 긴줄 보고 출시 주도”
“남성 상속자 즐비한 재계에서 이례적 며느리 성공 신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 조명해 관심을 끈다.
유력 일간지 WSJ은 6일(현지시간)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약 9천자 분량의 기사를 실었다.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코스트코와 월마트, 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해있고 크로거 판매대에도 곧 올라갈 예정이다.
불닭볶음면은 라면계의 터줏대감 격인 마루짱 또는 닛신보다 한층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일반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천404로, 타바스코소스보다 두 배 맵다.
월마트는 불닭볶음면이 프리미엄 라면 중 판매량 우수 제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양 측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지점에서 판매 테스트를 거친 뒤 올해 미 전역에서 파는 걸 검토하고 있다.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퍼블,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샌즈 책임자는 또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작년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의 주가는 70% 뛰었다.
또 삼양 제품을 포함한 한국의 라면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정수 부회장이 있다.
극도로 매운 라면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 부회장이 고교생 딸과 함께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을 산책했던 201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자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김 부회장은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각각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왔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닭 1천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김 회장은 “처음 시제품을 시식했을 때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지만, 오래 먹다 보니 갈수록 맛있고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입 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003230]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저렴한 대파와 팜유를 찾기 위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지를 뛰어다녔다. 김 부회장은 “당시는 절박감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경영이 안정화된 뒤에는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불닭볶음면 신화를 탄생시켰다.
기업 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삼양은 거의 망한 회사였었다”면서 “삼성과 LG, 현대 등 대부분 대기업을 창업주의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