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은 이유를 직접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법에 명시된 불복 권한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심 총장은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기소 이후 피고인의 신병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석방 지휘 배경을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1993년과 2012년에 각각 보석과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실을 거론하며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인신 구속에 관한 법원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 취소에 대해 즉시항고를 통한 불복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속한 법무부는 10년 전 이와 정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당시 김주현 법무부 차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집행정지 결정은 사유가 한시적인 것들이 대부분인데 구속 취소는 종국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출석을 보장하는 조건을 부과하거나 할 수가 없다”며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헌재 결정만으로 구속 취소까지 (위헌이라고) 그렇게 볼 수는 없다는 게 저희의 해석”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논의 끝에 결국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은 유지됐다.
또 검찰은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 위헌 결정이 나온 2012년 이후에도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지법이 공동공갈 혐의로 함께 구속된 피고인 2명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하자 2023년 9월 당시 울산지검 검사가 즉시항고 했다. 사건을 맡은 두 개 재판부는 각각 인용,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측은 “일선에서 즉시항고를 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건수가 많지 않아 검찰 차원의 업무 방침이나 판단 기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사례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구속 취소와 구속집행정지에 유사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는데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의 문제”라며 “엄격하게 법률적으로만 해석하면 헌재 위헌 결정의 효력이 구속 취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취지를 고려하면 마찬가지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른 사건에서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검찰 전체가 난리를 쳤을 것”이라며 “본 사건에 대해서만 법원을 그토록 존중하고 심지어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헌재의 결정 취지까지 충실히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지 처음 보는 놀라움”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위헌 결정이 나면 위헌이 명백한 법률에 따라 즉시항고를 해 불법 구금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검찰의 존립 목적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윤 대통령이 석방됐지만 이와 별개로 구속 취소 결정이 타당한지 상급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항고·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여러 쟁점에 대해 관계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는 점을 구속 취소 사유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항고하지 않으면 대법원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어진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1심 재판부도 대법원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검찰이 항고하지 않아 난처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석방한 이후라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집행정지 효력이 없는) 보통항고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 취소 등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아닌 보통항고를 아예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법원이 주축이 돼 펴낸 형소법 주석서인 주석 형사소송법에도 ‘즉시항고 대상이 되는 결정에 대해선 보통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이런 점을 고려해 통상의 항고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교수는 “형소법 403조 1항에 판결 전 소송 절차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즉시항고 외에는 항고를 못 하게 돼 있다”며 “2항에 구금에 관한 결정에는 전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이는 즉시항고를 할 수 없는 경우 항고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