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세번째 도망가면 대표직 사퇴” 의총서 진정성 보이자 尹 건너올 채비
‘2030 끌어안기’ 尹, 측근 만류에도 화해 결단…’파국 막자’ 李도 출구 마련
강온전략 편 김기현, 울산 담판 이어 일등공신 꼽혀…김종인 재결합도 거론
다시 안 볼 사이처럼 으르렁대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돌연 대선 승리를 위한 ‘원팀’을 외치며 포옹했다.
이 대표를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의원들은 윤 후보와 끌어안은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둘의 관계는 6일 종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이날 오전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별의 순간’을 뒤로 하고 ‘이별의 순간’으로 향하는 듯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 제안대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에 나섰으나 이 대표가 “관심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반목하는 기류가 뚜렷했다.
윤 후보가 신임 사무총장과 부총장 임명안을 들고 간 비공개 최고위에선 이 대표가 “내 도장 찍힌 임명장은 줄 수 없다”고 버텨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초유의 당 대표 사퇴 결의를 추진한 것은 이번 내홍의 클라이맥스이자 중대 분수령이 됐다.
의총 초반은 갈등 해소에 ‘에누리’를 두지 않는 듯 험악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없는 이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양아치”라는 욕설이 날아가 꽂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의총에 출석해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폭발 일보 직전이었던 의총장에서 김이 빠지고 온화한 기운이 감돌았다.
특히 의원들의 마음이 풀어진 변곡점은 이 대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대목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수틀리면 또 뛰쳐나갈 것’이라는 윤 후보의 불신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는 이 대표의 소외감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다 툭 끊어진 순간이었다.
여의도 당사에 머무르면서 의총장 기류를 시시각각 보고받던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진정성을 내보였다는 전언에 “짐을 싸 건너올 채비를 했다”고 한다.
이번 화해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지지율 추락으로 곤경에 처한 윤 후보는 ‘2030 대변자’를 자처하는 이 대표를 내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 큰 ‘대인배’ 면모를 보임으로써 ‘꼰대’ 이미지를 뒤집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를 내치면 대선에서 진다’는 당 원로들의 조언이나 ‘이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는 청년 보좌역들의 건의도 윤 후보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일부 측근이 이 대표와의 화해를 극구 만류했으나, 이번에는 ‘윤핵관’의 조언보다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육감’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의원들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반란’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 대표에게도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퇴 결의가 최종 의결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마침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선언한 전날에도 이를 비교적 긍정 평가하며 획기적인 공동 선거운동을 제안했던 터였다.
지난달 초 ‘울산 담판’ 때와 마찬가지로 김기현 원내대표를 사태 봉합의 일등 공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의 의총장 깜짝 방문도 김 원내대표와의 긴밀한 소통 끝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오후 6시 20분에 의총장에 오겠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토론이 한창이니 오후 7시에 와달라고 조율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늦게 ‘이 대표의 언행에 심각한 일탈이 있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절대다수 의원은 이 대표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등 2개 항으로 구성된 사퇴 결의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 초안을 들고 이 대표를 압박해 화해의 결정적 계기가 된 그의 의총 참석을 끌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