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3개에 1만5천원이나”…고물가에 한숨도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영천시장은 입구부터 활기가 돌았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폭 좁은 시장 골목은 막바지 추석 준비 물품을 둘러보거나 가족과 나눠 먹을 명절 음식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추석 차례상에 올릴 사과와 밤 등을 사려고 시장을 찾은 이모(71) 씨는 “경동시장에 갈까 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영천시장으로 왔다”며 “(시장이)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여서 구경할 맛 난다”고 말했다.
임씨의 양손은 시장에서 구매한 꼬치전과 동그랑땡, 송편 등으로 무거워졌다.
반찬가게 주인 김숙자(55) 씨는 “오전 5시에 나와 직원들과 함께 전을 부쳤다”며 “아무래도 추석 전날이라 오늘은 아침 7시 반부터 손님이 많다”며 웃었다.
김씨는 “재료 준비부터 전을 부치는 것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지만 명절마다 전을 사러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때문에 힘을 내서 한다”고 했다.
시장 내 떡집 앞은 송편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대기 줄이 이어졌다.
주인 박모(60) 씨는 “추석에는 깨 송편이 주력 상품”이라며 “어제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아 만드는 대로 포장하고 있다. 오늘은 아침 7시에 가게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 앞은 제수용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황태포를 구매한 구모(76) 씨는 “이런 제수용품은 시장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서 연희동에서 버스 타고 왔다”고 했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형마트에도 명절 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선 귀성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장을 보러 온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마트에서 데친 문어와 전 등을 구매한 전일구(63) 씨는 “대전 어머니 집에 가기 전 장을 보러 왔다”며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이번에는 전을 사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60대 주부 김모 씨는 “사과 3개에 1만5천원 돈이 말이 되느냐”며 “사과대추도 며칠 전 집 앞 시장에서 9천원에 파는 걸 보고 그것도 비싸다고 생각해 안 샀는데 여기는 1만2천900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단 할인 광고를 보고 마트를 찾았다는 한 시민은 “미국산 소 갈비찜용 고기를 최대 50% 할인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촌동에서 왔는데 저렴한지 잘 모르겠다”며 “두 팩을 사려고 했지만 10만원 정도 나올 것 같아서 한 팩만 집었다”고 했다.
7살 딸과 장난감 매장을 찾은 백모(38) 씨는 “추석을 맞아 아이에게 인형을 사주러 왔는데 인형 세트가 7만원”이라며 “혹시나 인터넷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 싶어 계속 검색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