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7일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손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면죄부를 강행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250조 허위사실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조항은 대법원이 지난 1일 파기환송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이 있다.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소위 ‘골프장 발언’ 및 ‘백현동 발언’은 허위사실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행위’라는 요건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법관이 유무죄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차단만을 위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에 의해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 법안은 헌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형소법 개정을 통해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여러 건의 형사재판을 받는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재판이 계속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온 이유다.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과 함께 형사재판이 정지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 같은 형사소송법 개정 시도 역시 이 후보의 죄책을 지우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만들려는 나라는 어떤 나라냐”며 “이재명은 무슨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 진실을 덮기 위해 법을 바꾸는 ‘위인 설법’의 나라, ‘유권무죄 무권유죄’ 이재명 독재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비난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한 사람의 처벌을 면죄하기 위해 법안을 만든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재명은 민주당이 그토록 비난했던 전두환보다 더 나쁜 놈이고 히틀러보다 더 악독한 놈이고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차베스보다 더 악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재판정지법’과 ‘허위사실 공표죄 폐지법’으로 맞춤형 면죄부를 주려는 민주당의 막장드라마, 참 눈물겹다”고 비꼬았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토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마치 살인죄의 피고인이 형법에서 살인죄를 삭제함으로써 진행되던 재판을 멈추고 처벌받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법치주의가 종언을 고한 날”이라고 적었고, 고동진 의원은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대응해 허위사실공표죄 행위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서울고법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하자 양당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 후보는 전북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정신에 따른 합당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조승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당연한 결정”이라며 “공정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권력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게 삼권분립, 헌정질서를 지키는 사법부의 책무인데도 오늘 이재명의 2심 파기환송 재판부는 이재명 세력의 압력에 밀려서 공판 기일을 한 달 연기했다”며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재판부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의의 전당이어야 할 사법부가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에 중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