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죠? 다른 승객 다리를 찍는 사람이 있어요.”
도심을 달리던 시내버스 안에서 여성 승객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50대 범인이 승객, 버스 기사, 경찰관의 ‘삼박자’ 협업으로 붙잡혔다.
2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1시 30분께 광주경찰청 상황실에는 112문자 신고가 접수됐다.
버스가 멈춰 설 예정인 한 버스정류장을 ‘꼭’ 짚어, 순찰차 5대를 즉각 투입해 대기시켰다.
그러는 순간 신고자는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를 운행 중인 버스 안에서 범인이 달아날까 예의주시하며 버스 운전기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귓속말로 신고 사실을 몰래 알렸다.
이윽고 버스가 경찰이 대기 중인 정류장에 정차하자 버스 기사는 밖에서 대기 중인 경찰을 향해 손을 번쩍 들며 ‘신고한 버스가 맞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를 받은 경찰관들은 재빨리 버스 앞문을 통해 내부로 뛰어 들어왔고, 신고자는 손가락질하며 범인이 누군지 알렸다.
경찰관이 버스 안으로 진입하자, A씨는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불법 촬영한 사진을 황급하게 삭제하려 했다.
경찰관은 A씨에게 “삭제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그대로 달라”고 요구했고, 압수한 2대의 휴대전화 중 1대에서는 피해자의 하체 일부분을 촬영한 사진이 발견됐다.
범행 사실을 숨기고자 A씨는 평소 자신이 소지하고 다니던 2대의 휴대전화 중 사진을 찍지 않은 1대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경찰관은 다른 휴대전화도 내놓으라고 요구해 증거를 확보했다.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충동적으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타인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신고한 승객과 버스 기사의 현명한 대처로 범인을 놓치지 않고 검거하고, 증거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평소 말을 할 수 없는 순간에는 112에 문자 신고할 수 있는 점 등을 널리 홍보하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