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우울 등 유발…”잘 안 들리세요?”
장년층 남성 대표질환 전립선 건강 챙겨야…”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
건망증·치매 구별해 조기에 진단해야…”그날 기억하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평소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냈다면 설 명절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부모님의 건강을 살필 절호의 기회다.
단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전화 등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살펴야 할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장년층에 자주 나타나는 난청, 전립선 질환, 치매 등의 전조 증상을 파악하기 위한 세 가지 질문을 정리했다. 통화뿐만 아니라 직접 얼굴을 뵙고 건강을 살필 때도 유용한 질문들이다.
◇ “잘 안 들리세요?”
청각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은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 노인성 질환 중 하나다.
노인성 난청이 발생하는 이유는 청력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이 노화된 탓이 가장 크다. 담배와 술, 머리 외상, 약물 복용 등도 난청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난청을 노화 현상 중 하나로 넘기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방치하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건 물론 인지기능 저하, 우울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통화 또는 대면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반복해 되묻는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청력 기능이 소실되거나 난청이 악화하는 걸 늦출 수 있다. 보청기를 살 때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겨 대화를 꺼리고 이후에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버지, 요즘 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
장년층 남성에게 자주 나타나는 전립선 비대증 등 전립선 질환도 확인해봐야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남성의 방광 아래에 위치한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이 배출되는 통로인 요도가 압박받아 좁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평소와 달리 빈뇨, 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전립선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방치하면 방광이나 신장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을 구별하기 쉽지 않으므로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전승현 교수는 “전립선암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뇨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참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폐암, 위암 등 다른 암과 비교해 진행 속도가 느려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조기 발견만 한다면 생존율이 높고 완치까지 가능하다.
조기 검진만큼 중요한 건 생활 습관 개선이다. 동물성 지방과 육류의 과다 섭취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운동 등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게 해야 한다.
◇ “그날 기억하세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는 발병하면 증상 발현과 악화를 늦추는 것 외엔 별다른 치료법이 없으므로 초기에 진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기억력 감퇴로 인한 건망증인지, 치매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의료계에서는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려면 대화에서 특정한 ‘힌트’를 제시했을 때 기억을 해내는지를 파악해보면 된다고 조언한다.
정보가 입력되지 않아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와 달리 건망증은 잊고 있었다가도 사건에 대한 일부 힌트를 주면 기억을 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모님의 생일 모임 등 특정 사건을 물었을 때 기억을 못 하는 듯하다면 당시에 먹었던 음식 메뉴나 장소 등 힌트를 제시해 보면 된다.
이때 “아, 그랬지” “깜빡했네” 등의 반응이 이어지며 대화가 된다면 건망증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답하는 등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예 없었던 일처럼 반응한다면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
치매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급격한 감정 기복, 성격 변화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결국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므로 조기에 진단·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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