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포획금지 생물로 지정…”독뱀도 있어 119 신고해야”
“개가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대형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 한가운데에 뱀을 출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개가 풀숲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단지 곳곳에 백반을 뿌리는 등 대대적인 뱀 소탕 작업에 착수했다.
용인시에 사는 권모씨는 1일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 공원에 뱀이 나타났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동 입구마다 붙었다”라며 “공원에 바닥 분수가 있어 여름철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뱀에게 물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름철에 아파트 단지 안까지 뱀 출몰이 잦은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덥기 때문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겨울에 동면(冬眠)에 들거나 여름에 하면(夏眠)하는 습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즉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대륙유혈목이와 능구렁이, 실뱀, 누룩뱀, 살모사 등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뱀 대부분이 포획 금지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최근 도심에서 자주 목격되는 유혈목이는 과거 독이 없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유혈목이 목에 독이 든 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살모사의 경우 독이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뱀을 만나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소방에 신고하는 것이 일단 최상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연구관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월 한달 전국 119 안전센터에서 뱀이 나왔다는 신고로 출동한 건수는 총 6천235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873건에서 2019년 1천77건, 2020년 1천554건, 2021년 1천583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7월엔 1천148건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