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 창당은 아니다”…국힘 입당 예고 관측
정진석·권성동·윤희숙 연쇄 접촉…유상범·장제원과 통화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박경준 기자 =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접촉하며 정치적 행보의 보폭을 넓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오는 11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으면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과 맞물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결단을 할 시기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외가가 있는 강릉에 내려가 지역구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회동했다.
윤 전 총장은 특히 권 의원과의 만찬에 배석한 지인들이 ‘무조건 대권 후보로 나와야 한다’, ‘당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지난 26일에는 정진석 의원과 4시간 가까이 단둘이 술잔을 기울였다.
윤 전 총장과 정 의원은 충청 연고를 고리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한편, 내년 대선에서 기필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1일 통화에서 “정치 참여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며 “윤 전 총장이 확답하지 않았지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간 윤 전 총장과 전화 등으로 소통해 온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우회로를 찾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하는 인물로 안다”며 거듭 입당 기대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최근에는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윤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비판적 소리를 내온 만큼 현 정부의 경제 기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화 통화로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검찰 선배인 유상범 의원과 통화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은 (선택지가) 아니다”며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또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 등에서 인연을 맺은 장제원 의원과 통화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 몸을 던지겠다”고 정치 ‘투신’을 예고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지인은 “그가 국민의힘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상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각계 전문가를 만나 ‘대권 공부’를 하는 것 외에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과 접점을 넓히면서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당적 없이 대선을 치르기에는 조직, 자금 등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경선에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결심한다면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 안으로 결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윤 총장은 좀 더 숙고할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열흘 앞둔 이 날도 “윤 전 총장이 ‘입당 여부와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고, 많은 의견을 들으며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입당이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도 좋은 후보가 얼마나 많은가”라며 “윤 전 총장도 많은 주자 중 한 분이지, 그분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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