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목포서 결성…유흥업·철거용역으로 ‘전국 10대 조직’ 성장
“배상윤 나오라”며 호텔서 나흘간 행패…檢 “대대적 수사로 조직 와해”
서울 도심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 조직원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30일 수노아파 조직원 9명을 구속기소하고 30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모(51)씨 등 수노아파 조직원 12명은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3박 4일간 체류하면서 이 호텔을 운영하는 KH그룹의 배상윤(57) 회장과 면담을 요구하고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단체 등 구성·활동)를 받는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에서 두고 결성된 폭력단체다. 1990년대 서울로 활동무대를 넓힌 이들은 유흥업소 운영, 건설사 철거 용역 등에 주력하며 2000년대에는 전국 10대 조직으로 꼽힐 정도로 세를 불렸다.
이들은 호텔 식당에서 공연하는 밴드와 손님들에게 욕설하며 공연을 강제로 중단시키거나 직원들의 만류에도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사우나를 이용하거나 호텔 안을 단체로 활보하며 불안을 조성해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수노아파는 배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60억원 상당의 돈을 잃은 주범 윤씨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사적인 분쟁을 해결하고자 조직원을 동원해 다수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노아파가 운영하는 유흥주점, 합숙소 2곳을 압수수색 하는 등 대대적으로 추가수사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주요 범행 가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로 수노아파는 사실상 와해 수준으로 해체됐다”며 “조직을 재건하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한동안 답보 상태가 된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정보망을 새로 구축하고 입수한 정보들을 토대로 전국 단위 조직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노아파 주요 혐의자에 대한 압수수색·포렌식 과정에서 국제마피아파, 텍사스파 등 전국 단위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MZ세대’ 조직원이 전국 단위 모임을 가져온 정황도 포착했다.
신 부장은 “(검경의 단속 강화로) 조직끼리 정면 대결하면 조직이 와해한다는 것을 안 폭력조직들이 이제는 불법 성매매·대부업 같은 음지에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직접 수사 제한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정보를 새로 파악했으니 향후 수사를 통해 이들 조직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난동 사건의 구실인 배상윤 회장에 대해선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잡고 소재를 추적중이다.
신 부장은 “배상윤이 지난달 말까지 베트남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도 동남아 일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베트남 당국 등과 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고 신속한 검거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고자 계열사에 4천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65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횡령한 혐의 등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사업을 이유로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배 회장의 체포영장을 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고 외교부는 배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