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빚 200조원 돌파…자금조달 한계 상황까지 가나

올해 7조원 추가 적자 전망…한전채 법정 발행한도 초과 가능성도

3분기 ‘반짝 흑자’ 후 4분기 또 적자 예상…들썩이는 유가, 내년 실적 부담

 

한국의 전력 인프라를 책임지는 공기업 한국전력[015760]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부터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일부 수익 구조 개선에도 한전은 올해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한전이 법정 한도에 걸려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92조8천억원에서 반년 새 8조원가량 늘어났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까지 132조5천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천억원, 2022년 말 192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이번에 200조원대로 올라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이 총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이다.

작년부터 5차례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 구조가 점차 정상화되는 추세다. 그렇지만 한전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평가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석 달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한전은 오는 3분기(7∼9월) 1조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10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겠지만, 4분기(10∼12월)에는 다시 약 5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연간으로는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한전은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재 한전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천200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천억이다.

문제는 올해 수조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점이다.

시장 전망대로 7조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난다면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약 14조원으로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는 약 70조원으로 준다. 이는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내년 말 이후 한전은 필요시 추가로 한전채 발행을 못해 운영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전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11조4천억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등으로 썼다.

한전은 2021년 이후 급속히 불어난 누적 적자를 점진적으로 해소, 심각한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 시 “2023년 말 대규모 적립금 감소와 향후 자금 조달 제한이 예상된다”고 경고음을 내면서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자금 조달 리스크 해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전기 판매가가 원가보다 쌌던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쌓인 한전의 막대한 부채를 두고, 현재 전기를 싸게 쓴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전은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 약 2천억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치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상반기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최근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하반기 이후 한전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면 한전이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 않아도 내년부터 본격적 수익을 내기 시작해 누적 적자를 점차 해소해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배럴당 70달러선에서 등락하던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89달러대까지 오르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내년 상반기 한전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재선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여름철 성수기 높아진 전기요금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계통한계가격(SMP) 등을 고려하면 3분기부터 영업 실적 흑자 전환 달성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2024년 대규모 이익 성장의 근거가 될 원자재 가격이 아직 다소 높은 수준으로 머무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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