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미 대선에서 야당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잠룡 그룹 중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뉴섬 주지사가 로스앤젤레스(LA)의 불법 체류자 단속 항의 시위 사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저항의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섬 주지사는 한 달 전만 해도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마지막 임기인 3 연임에 성공했지만,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뉴섬 주지사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출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고,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초청하는 등의 행보가 당내에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LA 전역에서 발생한 시위가 뉴섬의 정치적 입지를 변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했다.
뉴섬 주지사가 법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며 반발하자 트럼프 진영은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섬 주지사의 체포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 의장은 ‘멍석말이’식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진영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뉴섬 주지사를 반(反)트럼프 운동의 지도자와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공화당 전략가 로브 스투츠먼은 “트럼프가 뉴섬을 공격했기 때문에 가짜가 아닌 진짜 저항의 지도자가 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뉴섬 주지사의 TV 연설도 이 같은 정치적 분위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시위와 군 투입 등 혼란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라기보다는 대선 출마 선언과 같은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성조기와 캘리포니아주의 깃발 앞에 선 그는 “지금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항을 이끌 인물은 자신이라고 암시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뉴섬 주지사의 TV 연설에 대해 “2028년 대선 출정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섬 주지사의 예비 대권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앞으로 수주일간 LA 시위 사태의 전개 방향과 백악관의 결정이 뉴섬 주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를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대통령의 도발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시위대에 자제를 요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