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57% 레닌 시신 매장 지지…푸틴은 기념행사 불참
옛 소련 초대 최고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 사망 100주년에 방부처리 된 그의 시신을 매장하자는 제안이 나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대표인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국가두마) 의원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레닌의 시신을 땅에 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인 그는 레닌이 어머니의 옆에 묻히고 싶어 했다면서 “최소한 죽은 사람의 안식은 기독교인과 문명인들에게 중요한 의식이자 존경과 기억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연방공산당 대변인 알렉산드르 유셴코는 “슬루츠키 의원은 왜 갑자기 붉은광장을 파헤치는 걸까”라며 이미 의사결정이 끝난 시신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산주의 정당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세르게이 말린코비치 중앙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하원에 슬루츠키의 의원 권한을 박탈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닌 시신의 위치 문제는 오래전 해결된 문제라며 “슬루츠키 의원은 사회 불화를 부추겼다. 무책임한 정치인의 의원 지위를 영원히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은 레닌 100주기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 57%가 레닌 시신 매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레닌묘에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은 33%, 되도록 빨리 묘지에 매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30%, 레닌을 사랑하는 세대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매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27%로 각각 조사됐다.
레닌 100주기는 일반 러시아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와 소련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21일 추운 날씨에도 붉은광장에 모여 추모 행사를 열었다고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78세 연금 수급자 발렌티나 알렉산드로브나는 “우리나라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기본적으로 식민지로 변하고 있다”며 “레닌주의 교리만이 이 현상과 싸울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크렘린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7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 때와 마찬가지로 기념행사에 참여하거나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