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새 총리에 중도파 바이루 임명…정국은 안갯속(종합)

프랑스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신임 총리로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모뎀(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73) 대표를 임명했다.

엘리제궁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프랑수아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해 정부 구성의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고 AF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끝에 하원이 지난 5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끈 정부가 무너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불신임안에는 NFP는 물론이고 극우 정당, 동조 세력이 모두 찬성했다.

야권은 대통령까지 국정 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새 총리 임선을 준비해 왔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정부 형태인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을, 의회는 정부 불신임권을 각각 보유한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랜 우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마크롱이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그를 지지해 왔다.

2002년과 2007년, 2012년 대선 후보로 나섰고 2017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으나 의회 보좌관 허위 채용 스캔들이 터지면서 사임했다. 이 소송은 7년간 이어졌으며 바이루는 올해 초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 의회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정당 없이 여러 당으로 갈라져 정책 등을 놓고 극도로 대립하고 있어 신임 총리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정국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바이루는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6번째 총리이자 올해 들어 4번째로 임명된 총리다. 전임 바르니에 총리는 불과 3개월간 자리를 지키면서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당장 도전에 직면해 있다.내각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정부가 불신임으로 무너진 만큼 새 정부는 또다시 불신임당할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

내각을 구성하면 즉각 내년도 예산안을 작성해 추진해야 한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전임 정부가 무너진 직접적인 원인이었으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바르니에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 감축과 증세를 골자로 한 예산안을 추진했지만,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와 프랑스인들의 구매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바르니에는 지난 2일 정부의 책임하에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해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채택하기로 했고, 좌파와 극우 진영 양쪽 모두 반발해 정부를 불신임했다.

프랑스 국민은 정국 혼란에 피로감을 표시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새 정부는 불신임되지 않도록 여야가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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