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크게 감소하는 대신 멕시코가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중국산 수입이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또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 미국인이 수입품에 지출하는 6달러 가운데 중국 제품이 1달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4달러 중 1달러였다.
이와 함께 PC 제조업체 HP, 공구제조업체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덴마크 장난감업체 레고 등도 미·중 간 긴장 고조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거나 고객 인근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소비자를 위한 공급망을 재편 중이다.
중국 현지에 1만2천개의 부품공급업체와 핵심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HP는 멕시코에서 기업용 PC 생산을, 태국에서 소비자용 모델 생산을 각각 늘리고, 미 오리건주의 프린터 공장도 확충할 계획이다.
스탠리 블랙앤드데커는 3년 전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북미 시장 제품을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레고의 경우 2015년∼2017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18%가 중국산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전 세계 공장’으로서의 역할이 20여년 전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합류한 이래 가장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산 제품의 3분의 2 정도에 부과했던 미 관세로 인해 신규 주문이 줄어든 데다 중국 공장 근로자 임금 인상 등으로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국가 중심 경제 전략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계 등으로 양국 간 교역 관계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국 정부의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자세가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과 산업망에서 특정국 배제)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 등이 규모나 인프라 면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중국의 역할을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보다는 역내 공급망을 더욱 선호하게 되면서 올해 초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2018년 교역 전쟁 이후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는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는 기업에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인도는 애플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종별로는 전자산업이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의 PC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1%에서 지난해 45%로 줄었고 프린터 수입도 48%에서 23%로 감소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도 중국은 현대식 항구와 고속도로, 고속철도,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공장 클러스터 등 다른 나라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여전히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31%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중국 이외의 개발도상국으로의 공급망 전환을 위한 미 행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미국 무역정책의 문제점도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