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보잉 777기 PW4000 엔진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의 항공 안전 당국은 지난 20일 미국에서 비행 중 고장을 일으켜 지상으로 파편을 떨어뜨린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보잉 777 여객기의 고장원인으로 금속피로를 지목했다.
22일(현지시간)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로버트 섬월트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예비 평가 결과를 전제로 이같이 설명했다.
금속피로(metal fatigue)는 반복되는 진동으로 금속 재료의 강도가 저하되는 현상이다.
섬월트 위원장은 보잉 777기에 탑재된 프랫앤드휘트니의 ‘PW4000’ 엔진이 여객기 이륙 후 4분 만에 ‘쿵’ 소리를 크게 내며 고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석 녹음장치와 비행 기록 저장장치에 대한 초기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NTSB의 초기 조사 결과 한쪽 엔진의 팬 날개 등이 파손됐다.
문제의 여객기는 덴버 공항을 이륙한 뒤 엔진 부분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이 주택가와 축구장 등을 덮쳤으며, 사상자가 알려지지는 않았다.
여객기는 무사히 덴버 공항으로 회항했다.
다만, 섬월트 위원장은 이번 엔진 고장이 2018년 2월 유나이티드항공의 하와이행 여객기에서 발생한 엔진 고장 원인과 유사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항공기의 엔진 부품인 팬 날개가 피로 파괴 현상을 일으켰다.
그는 “우리가 이번 사건을 다른 사건과 비교하기 전에 사실과 배경, 조건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4일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이륙한 일본항공 보잉 777 여객기도 PW4000 엔진 부품인 팬 날개 등이 파손된 바 있다.
일본 당국은 금속피로 영향으로 팬 날개 등이 파손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유니이티드항공 소속 보잉 777의 파손된 엔진은 23일 프랫앤드휘트니 연구소로 옮겨져 NTSB 조사관들의 감독 아래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전날 일본항공 보잉 777기의 엔진 파손 이후 팬 날개에 대해 검사를 실시할지를 놓고 이미 평가를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보잉은 FAA의 확인 작업이 끝날 때까지 보잉 777기의 운항을 중단해달라고 항공사들을 상대로 권고했다. 일본항공은 사고 이후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지했다.
NTSB는 엔진 덮개가 본체에서 분리된 이유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또, 엔진이 꺼진 상황에서 불이 붙은 이유를 조사할 방침이다.
프랫앤드휘트니는 지난 21일 규제당국의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PW4000 엔진을 탑재한 보잉 777기의 운용은 현재 모두 중단된 상태다.
보잉 777기 가운데 128대가 PW4000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데, 최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69대만 운용 중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 일본항공, 전일본공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집트항공 등이 해당 기종을 운용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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