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풍족한 미국의 보건 당국이
‘남는 백신’을 못 쓰게 되더라도 일단 백신을 맞히라고 지침을 변경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일 밤(현지시간) 업데이트한 지침에서
약병에 남은 백신을 못 쓰게 되더라도 접종소에 찾아온 사람에게 백신을 맞힐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새 지침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이 확대됨에 따라
백신 공급자들은 백신 접종소에 나타나는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맞힐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WSJ은 이런 지침이 미국에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했던 작년 12월
보건 당국자들이 백신을 ‘액체로 된 금’으로 부르며 이를 낭비하지 않도록 당부했던 것과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에서 백신 공급은 충분한 반면 이를 맞겠다는 열의는 식어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미 많은 의료 종사자와 주 보건 관리들은 개봉된 약병의 백신을 모두 사용하도록 하는 것보다
백신을 접종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WSJ은 전했다.
보건 당국도 하루 수십 명, 혹은 그 이하의 소규모로 백신을 맞힐 수 있는 의원이나
임시 백신 클리닉처럼 소규모 시설로 백신을 보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未)접종자에게 백신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런 소규모 시설에서는 백신 약병을 개봉해 맞힌 뒤 보관 시한이 다하기 전
추가 접종자가 안 나타나면 이를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백신 3종 가운데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자회사 얀센의 백신은
한 병에 5회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6회분, 모더나 백신은 10회분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를 해동해서 접종할 수 있도록 준비한 뒤에는 6시간 이내에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WSJ은 전했다.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라티노 주민들을 진료하는 내과의사 켈리 로드니 아널드는
약을 타러 오거나 출산 전 검진 또는 이민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붙잡고 백신을 맞으라고 권하고 있다.
아널드는 “전에는 수요가 높고 부족이 심각해서 초점이 ‘약을 낭비해선 안 돼’였다. 지금은 사고 방식이 바뀌었다.
‘기회를 놓쳐선 안 돼’로”라고 말했다.
CDC는 이처럼 버려지는 백신 비율을 2% 미만으로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일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백신 낭비 비율은 0.4%다.
미시간주립대의 숀 발리스는 “버려지는 백신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는 비극”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약국 체인점) CVS에 있는 백신이 인도로 가지는 않는다.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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