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 된 네덜란드 다리 철거 앞둬
문화재 훼손 비판 속 로테르담시 “베이조스가 비용 부담”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호화 요트가 지나가기 위해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이 144년 된 지역 명물 건축물을 부분 철거한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테르담시 당국은 올 여름 중으로 예정된 베이조스 소유 요트의 통행을 위해 코닝스하벤 다리 중 교량 부분을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리가 통과시킬 수 있는 선박 높이의 상한선이 40m이기에 이보다 높게 건조될 베이조스의 요트가 지나갈 수 없어서다.
이는 이 요트를 건조 중인 조선회사 오션코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로테르담 인근 조선소에서 요트가 완성된 후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리가 설치된 수로를 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로테르담시 대변인은 “이 길이 (요트가) 바다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면서 베이조스가 이를 위한 작업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시 당국의 철거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면, 오션코는 요트를 반 정도 건조한 후 코닝스하벤 다리를 통과한 후 로테르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최종 완성할 계획이었다.
시 대변인은 “경제적 관점에서 (요트 건조 작업에 따라) 창출되는 고용에 크게 중점을 뒀다”라면서 요트 건조를 지역에서 끝까지 진행케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거 이후에는 다시 다리를 최신식으로 재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지역 사회에서는 문화재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트르담 역사학회 회장인 톤 베세린크는 “일자리는 중요하지만, 우리의 산업 문화재가 얽히게 되면 일자리를 위해 내릴 수 있는 조치에도 제한이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역 명물인 코닝스하벤 다리는 철도교로, 1878년에 건축됐다가 2차 세계 대전 나치의 폭격에 무너졌지만, 전쟁 중인 1940년에 재건됐다.
열차가 지나갈 때는 상단에 매달린 교량이 기둥을 따라 내려와 강으로 분리된 양측의 통행을 이어주고, 수로에 배가 지나갈 때는 반대로 교량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다른 철도 노선이 마련된 1993년부터는 통행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시 당국이 쓸모가 사라졌다며 이를 철거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부터는 시의 대표적 명물로 남아 주민의 사랑을 받았다.
한편 현재 특별한 명칭 없이 코드명 Y721로 불리는 이 요트는 완공 시 가치가 4억8천500만달러(약 5천846억원)로 추산되며, 선박 전문 매체 보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127m 길이로 세계 최고 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