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졌던 히잡 미착용 단속 강화…곳곳에서 남녀 갈등도
이란에서 60대 여성이 남성들과 몸싸움을 한 뒤 숨져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반체제 언론과 일부 목격자들은 히잡 착용 문제로 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에그테사드24 등에 따르면 전날 케르만주의 관광지 샤즈데흐 마한 정원 주차장에서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성들과 몸싸움했던 60세 여성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케르만주 사법당국은 목격자와 사건 당사자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으며 범죄 행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언론들은 관광객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면서도 시비가 된 원인을 보도하지 않았다.
일부 반체제 언론은 숨진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고, 보수적인 남성들이 이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히잡 착용 문제로 언쟁이 시작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란 경찰은 지난해 9월 촉발한 ‘히잡 시위’ 이후 히잡 착용과 관련한 단속을 예전만큼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았다.
단속은 느슨해졌지만 보수 성향 남성들과 히잡을 거부하는 여성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동북부 도시 마샤드에서 남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게 요구르트를 의도적으로 쏟아부어 논란이 됐다.
당국은 최근 다시 단속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달부터는 ‘스마트 감시 카메라’를 이용한 단속을 개시했다. 당국은 지난 21일 기준 2천여건을 단속했다고 집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가 체포된 여성이 의문사한 이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현재까지도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인권단체는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 명이 숨졌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 당국은 히잡 미착용 여성에 대한 처벌 방침에 변화를 줄 여지가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여성이 의무적으로 히잡을 써야 하는 나라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이란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