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사우디 홍해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리오넬 메시[리오넬 메시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매년 사우디 관광 후 소셜미디어 올리면 거액…사우디 ‘스포츠워싱’ 사례
현재 활동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가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사진은 작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홍해 위 요트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이 사진은 사우디 관광 홍보 목적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게시물에 달린 ‘#비지트사우디’라는 해시태그는 사우디 관광청 브랜드다.
팔로워만 4억7천만 명에 달하는 슈퍼스타 메시가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우디 정부의 홍보대사로 나섰다는 점에서 ‘스포츠워싱'(스포츠를 이용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나쁜 평판을 덮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일)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메시의 관광은 첫 사우디 방문이었지만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아흐메드 알카티브 사우디 관광부 장관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었다.
구단의 징계도 불사한 메시의 홍보 활동은 사우디 관광부와의 계약에 담긴 의무조항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가 최초로 입수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양측의 계약서에 따르면 메시는 매년 최소 한 번 이상 사우디에 5일 이상의 가족여행을 가야 한다. 아니면 3일 여행을 연 2회 가도 된다.
이러한 ‘의무 휴가’로 메시가 받는 돈은 약 200만달러(약 25억6천만원)에 이른다. NYT는 메시가 홍해 사진 한 장으로 200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메시의 가족 관광 비용과 5성 호텔 숙박료는 전액 사우디 정부가 지급한다. 메시는 가족과 친구를 최대 20명 동반할 수 있다.
메시가 사우디 관광부와의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3년간 최대 2천500만달러(약 320억원)에 달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가족 관광과 소셜미디어 게시, 광고 촬영, 홍보캠페인 참여 등 몇 가지 일만 하면 손쉽게 이 금액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사우디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연 10회 올리면 200만달러를, 연례 관광 캠페인 행사에 참여하면 200만달러를, 기타 자선 사업에 참여하면 200만달러를 각각 추가로 지급받는 식이다.
단, 메시는 사우디의 평판을 훼손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되고, 사우디 정부가 허락한 해시태그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달아야 한다.
지난 2021년 초 사우디 정부와 관광 홍보 계약을 체결한 메시가 그 직후 방문 일정을 취소한 뒤 이례적으로 저자세를 보이며 사과 편지를 쓴 사실도 드러났다.
NYT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메시는 알카티브 장관에게 “각하”(Your Excellency)라는 극존칭을 사용하며 당시 사우디 방문을 연기한 사실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사우디가 스포츠워싱에 이용한 것은 메시뿐만이 아니다.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프랑스의 축구스타 카림 벤제마 등을 거액으로 유혹해 자국 리그로 데려온 것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인수와 자동차 경주, 골프 대회까지도 손을 뻗치고 있다.
메시와 사우디 정부 간 계약에 관여한 전직 축구선수 라이코 가르시아 카브레라는 NYT에 호날두와 벤제마의 연봉에 비하면 메시가 받는 돈은 “소액에 불과하다”면서 메시가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