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배신에 따른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는 한편 캐나다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反)트럼프’ 민심 확산에 기대 재집권에 성공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적 위협과 경제통 총리로서의 대응 능력을 부각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주로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카니 총리가 캐나다 정계에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명되기 시작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맞물려 있다.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거세게 밀어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속에 트뤼도 전 총리가 1월 6일 사임 의사를 발표한 이후 카니 총리가 관세 위협에 대응할 적임자로 부상했고 3월 9일 자유당 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닷새 뒤 캐나다 총리로 취임했다.
캐나다에서 의원이나 장관 경력이 없이 총리 자리에 오른 건 카니 총리가 처음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주권 위협으로부터 캐나다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카니 대표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準州) 남부 소도시 포트스미스에서 태어나 석유 생산지인 앨버타주의 에드먼턴에서 자랐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옥스퍼드 너필드 칼리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근무한 그는 2003년 회사를 떠나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가 됐다.
재무부 등을 거쳐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뒤 2013년까지 캐나다의 통화정책을 책임졌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아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긴급 대출 제도를 만들고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이례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등의 정책으로 금융 위기에 비교적 무리없이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경력은 그가 2013년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총재로 임명된 배경이 됐다. BOE의 300여년 역사상 외국인이 수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BOE 총재로 재직 당시에는 제로 인플레이션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정치적 혼란에 대응했다.
2020년 BOE를 떠난 카니 총리는 유엔에서 금융 및 기후변화 특사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자유당의 특별 고문 겸 경제성장 태스크포스(FT) 위원장이 됐다.
이번 총선에서 카니 총리는 경력을 앞세워 트럼프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제1야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썼다.
그는 최근 “포일리에브르와 달리 나는 예산을 관리해봤고 경제를 관리해봤고 위기를 관리해봤다”라며 “지금은 실험이 아니라 경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