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관세’에 수위조절 속 표적대응…美농산물에 보복관세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 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는 ‘표적 대응’에 나섰다.

다만 중국은 지난달 보복과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무역전쟁 확전 대신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시작된 4일 오후 1시(중국시간·미국 동부시간으로는 4일 0시) 공고를 통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총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총 711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10%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복 관세 조치는 이달 10일부터 적용된다.

중국은 지난달 4일 미국의 첫 번째 10% 대(對)중국 보편 관세 인상 조치가 시작되자 즉각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실제 시행까지 엿새 말미를 둔 바 있는데, 이번에도 동일하게 여유 기간을 설정했다.

중국은 이번 보복 관세 대상인 미국산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10∼15% 관세를 더 부과할 예정이며, 현재 적용 중인 보세·감세·면세 조치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추가 관세는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3월 10일 전에 선적돼 3월 10일∼4월 12일 중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경우 관세 인상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국무원의 보복 관세 발표와 동시에 지난달과 동일하게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메커니즘에 제소했다.

중국은 비(非)관세 보복 카드도 다양하게 꺼내 들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이날 “수입된 미국 대두 가운데 맥각과 종자코팅제 대두가 검출됐다”며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수입 식량 안전 확보를 위해 공고 발표일부터 (미국) CHS사와 루이드레퓌스컴퍼니, EGT 등 3개 기업의 대두 대(對)중국 수출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는 별도 공고에선 미국산 원목에서 나무좀과 하늘소 등 검역성 삼림 해충이 발견됐다며 이날부터 미국산 원목 수입을 중단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더해 상무부는 티콤·S3에어로디펜스·텍스트오어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고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 방산업체 레이도스·깁스앤콕스 등 15개 업체에 대해서는 핵심 광물 등 이중용도 물자(민간용으로도 군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을 막고,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 미국 일루미나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포함해 중국으로의 유전자 시퀀서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상무부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새로 포함된 방산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중국 외교부가 ‘대만 무기 판매’를 이유로 이미 자산 동결과 거래 금지 제재를 가한 곳이어서 중국이 신규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은 미국 방산 부문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상무부는 2011년부터 반덤핑 관세를 물리고 있는 미국의 비분산형 단일 모듈 광섬유 기업들에 대해 우회 방지 조사에 착수한다고도 발표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담화문에서 미국의 거듭된 관세 인상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객관적·이성적으로 문제를 처리해 평등한 대화를 통한 이견의 적절한 해결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조속히 복귀하기를 희망한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의 이유로 삼은 ‘좀비 마약’ 펜타닐 문제에 대한 자국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미국에 대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의 주요 원료 공급국이 중국이라고 지적해왔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펜타닐 문제의 근원은 미국 자신에 있고, 중국은 인도주의와 미국 인민에 대한 우호 감정에서 출발해 미국의 펜타닐 대응을 지원했다”며 “미국은 감사히 여기지 않을뿐더러 중국을 비방하고 책임 전가를 하면서 관세 인상으로 공갈을 가하는데, 이는 배은망덕(恩將仇報)한 것”이라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미국이 다른 속셈이 있어 고집스레 관세 전쟁, 무역 전쟁, 혹은 무슨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괴롭힘의 태도를 거두고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날 ‘중국의 펜타닐류 물질 관리·통제’ 백서를 발표, 자국의 펜타닐 대응 노력 상황을 강조했다.

백서는 “최근 수년 동안 중국은 펜타닐류 물질 관리·통제를 고도로 중시했고, 국제 마약 금지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펜타닐류 물질 및 그 전구체(precursor) 문제 대응 협력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중국은 펜타닐류 약품의 생산·경영·사용·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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