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예산법안에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대로 2만8천500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적시될 것이 유력시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법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내년 국방수권법안(NDAA)은,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NDAA 법안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안을 그대로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은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런 노력에는 “한국에 배치된 약 2만8천500명의 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상호 방위 기반 협력을 향상하며,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NDAA에서도 언급된 내용으로, 지난 15일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법안에도 똑같이 명시돼 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급이 잇따르는 가운데, 상원 군사위는 지난 11일 NDAA를 가결처리했으나 법안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주한미군 관련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아울러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법안에도 당초 원안에는 주한미군 관련 언급이 없었으나 수정안이 발의돼 우여곡절 끝에 현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반영됐다.
국방 관련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인 NDAA는 미국의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한 다음 같은 내용은 그대로 포함하고 상이한 내용은 조율한 뒤 상·하원 단일안을 만들어 최종 처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의 현재 수준 유지 내용은 최종 입법되는 내년 NDAA에도 적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할 경우 의회에서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NDAA에는 법안에 근거한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복원된 것으로 확인돼, 상원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하원 법안과 조율할 때 최종적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NDAA는 이 법안으로 책정한 예산을 “한국에 영구 주둔하거나 배치된 군 병력을 2만8천500명 아래로 줄이거나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 지휘 사령부에서 한국 지휘 사령부로 전환하는 것을 완성하는 데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국방수권법의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트럼프 1기 집권 시절에 의회가 행정부의 일방적인 감축을 제어하기 위해 2019∼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했다.
이 조항은 이후 동맹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면서 NDAA에서 사라졌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5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이 조항은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게 해 행정부의 일방적인 감축을 막는 강력한 제어 장치로 평가된다.
또 한미간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도 NDAA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이번에 처음 포함됐다.
다만 법안은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작권 이양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한 국가를 포함한 동맹들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점을 의회에 보증한 경우 주한미군 감축과 전작권 이양에 예산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한국, 일본의 안보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방어 태세, 한반도 밖의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 수행 능력 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전작권 이양의 경우에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이양 조건 3개의 달성 여부, 한국이 이끄는 한미연합사의 운영 방식, 전작권 이양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확산에 미칠 영향 등을 평가해 그 결과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