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싫어서”…중국 인부들이 만리장성 굴착기로 허물어

산시성 ’32 장성’ 흙벽 훼손…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적

 

중국에서 길을 내기 위해 명나라 때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 구간을 굴착기로 뚫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5일 북경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산시(山西)성 숴저우 유위현의 만리장성에 속하는 ’32 장성’의 토성 일부 구간이 훼손됐다.

현지 공안당국은 지난달 24일 장성을 훼손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대형 굴착기로 장성을 허문 정모(38) 씨와 왕모(55) 씨 등 인부 두 명을 체포해 형사 구류하고, 훼손 경위를 조사 중이다.

주변에 32개 마을이 있어 명명된 32 장성은 명나라가 북방 세력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위현 화린산 일대에 흙으로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다.

토성과 봉화대가 원형을 유지, 산시성 내 만리장성 가운데 보존 가치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32 장성은 중국 국가급 명승지로 등록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중국은 2009년 4월 명나라가 축조한 만리장성이 서쪽 끝단인 간쑤성 자위관(嘉峪關)에서 베이징 쥐융관(居庸關)을 거쳐 동쪽 끝단인 압록강 변의 랴오닝성 후(虎)산성까지 8천851.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만리장성의 동단((東端)이 산해관(山海關)이라는 그간의 학계 정설을 뒤집어 후산성까지 확장한 것으로 만리장성 길이가 종전보다 2천500여㎞ 늘어났다.

후산성은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박작성으로, 당(唐) 태종의 침략에도 함락하지 않았던 성이다.

중국도 과거에는 후산성의 성벽이나 대형 우물 터 등에 고구려 유적임을 알리는 안내판까지 내걸며 이 성이 고구려 유적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004년 후산성을 증축하면서 고구려에 대한 언급을 삭제한 뒤 후산성이 만리장성의 동단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2009년 9월 ‘만리장성 동단-후산’이라고 명명한 표지 개막식까지 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며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에 나선 데 이어 만리장성 동단을 후산성까지 확장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국내 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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