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모습 보는 듯…북한, 관광객에 특정 이미지 심어주려 해”
“북한을 보면 (옛 소련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았을지 알게 됩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9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 일리야 보스크레센스키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 블로거를 업으로 삼고 있는 보스크레센스키는 북한 측에 자기 직업을 상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속였을 정도로 북한 여행에 불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앞서 러시아 관광객 97명은 이달 9일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북한을 찾아 평양 김일성 광장,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원산 마식령스키장 리조트 등을 방문한 뒤 12일 러시아로 돌아갔다.
해당 관광은 지난해 9월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연해주 대표단과 북한 당국 간 체결한 협정에 따른 것이다.
1인당 여행비는 750달러(약 100만원)였고 관광객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가이드와 항상 동행해야 했다.
보스크레센스키와 함께 북한을 찾은 레나 비치코바도 이번 관광에 대해 걱정이 앞섰다면서도 ‘은둔의 왕국’으로 통하는 북한을 여행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방문 계기를 전했다.
비치코바는 특히 사진 촬영과 관련된 제한 요소가 기억에 남았다면서 “군인이나 제복을 입은 사람, 건설 중인 건물은 찍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신문이나 잡지를 접을 때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구겨지도록 하면 안 됐다고 부연했다.
비치코바는 또 북한이 관광객에게 북한의 ‘진짜 모습’을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예컨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관객이 불과 97명이었는데도 어린이 약 200명이 1시간 동안 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비치코바는 “우리는 그들이 북한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다른 세부 사항을 통해 그것(이미지)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내달에도 북한에 2, 3차 단체 관광객을 보내며 북한과의 단체관광 교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양국은 최근 군사, 경제 등 전방위에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