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우크라전 초기 학살에 짓밟힌 부차 출신
사망자는 잠수함 전 함장…어린이 등 무차별 폭격 연루설
우크라이나 전쟁 전범 명단에 오른 러시아 해군 퇴역 장교가 자택 인근 공원에서 운동하던 중 암살됐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퇴역 장교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42)가 지난 10일 새벽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의 한 공원에서 조깅에 나섰다가 복면을 한 암살범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 당국은 르지츠키가 마카로프 권총에 7발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성명을 텔레그램에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도시 빈니차 도심을 공격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는데, 이 공격에 크라스노다르함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한 민간인 2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으며 39명이 실종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과 관련해 르지츠키를 전범으로 고발했다.
러시아 당국은 암살 다음 날인 11일 전 우크라이나 가라데연맹 회장 세르게이 데니센코(64)를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부차 출신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사건 관련성을 부인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군 총정찰국 국장은 르지츠키 살해에 우크라이나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 사건의 뿌리는 전쟁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는 러시아 내부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매체 바자 보도에 따르면 르지츠키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유명 조깅앱 ‘스트라바’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르지츠키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스트라바 계정에 조깅 기록을 업로드하고 늘 비슷한 코스를 달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 기업인 스트라바는 작년 5월부터 러시아 지역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이 가상사설망(VPN) 등으로 우회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스트라바는 앞서 미군에서도 보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받으며 작전지역 내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스트라바는 앱 가입자가 운동할 때마다 표시되는 위치 정보를 빅데이터로 축적해 ‘열 지도’를 만드는 데 이를 통해 전 세계 미군 기지 위치와 장병들의 동선이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