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작가들이 달항아리 재해석한 특별전, 런던서 열려
한국의 미학과 역사를 간직한 달항아리가 영국 런던에 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달 14일(현지시간)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달항아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Moon Jar: The Untold Story)’ 특별전을 소개하면서 달항아리가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배경을 11일 조명했다.
BBC는 도자기로 보면 달항아리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인 로이드 최는 BBC와 인터뷰에서 달항아리는 가마에서 두 개의 사발을 하나로 이어 붙이면 “나머지는 중력이 알아서 한다”고 설명했다.
18세기 들어 조선의 엘리트들이 새로운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기 시작했고, 17~18세기에는 완벽함보다는 자연주의와 자연스러움이 미학적으로 선호됐는데 달항아리가 이러한 미학의 전형이었다고 BBC는 소개했다.
또 달항아리를 대표하는 색인 흰색은 한국에서 단순함 등을 상징하며 장식이 많은 중국 도자기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달항아리는 일제가 한국의 문화를 억압했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재탄생한다.
전후 세대는 달항아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하고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추상화가 김환기가 대표적이다. 달항아리의 매력에 푹 빠져 달항아리를 수집했던 김환기는 자신의 그림에 달항아리를 등장시켰다.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였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큐레이터 솔 정(Sol Jung)은 달항아리가 한국의 문화 아이콘이 된 것은 1945년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것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었으며 “달항아리가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동의어가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였다”고 분석했다.
달항아리는 이제 서양에서도 새로운 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가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예가 이수종을 비롯해 이기조, 윤주철, 박성욱, 최보람, 곽혜영 등 한국 현대 작가 6명이 달항아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수종은 작품 소개 영상에서 “제 달항아리가 더욱 독특한 이유는 두 개의 큰 그릇이 연결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무늬(patterns)를 의도적으로 남겨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욱은 조선 초기 처음 등장한 분청사기 스타일의 달항아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BBC는 한국을 상징하는 “달항아리가 시대마다 공감을 계속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 이어 달항아리에 담긴 철학적 사상을 주제로 한 ‘달항아리: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움'(Moon Jar: Untold Beauty)은 9월 4일부터 10일까지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