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 견제
쿠슈너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도 피할 수 없는 일”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모로코가 10일 미국 정부 중재로 유대교가 주류인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리의 두 위대한 친구인 이스라엘과 모로코가 외교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합의를 했다”며 “중동 평화를 위한 거대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국가는 지난 8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에 이어 모로코가 네 번째다.
미 당국자들은 항공사의 공동 영공비행권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모로코와 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해 “이스라엘에 커다란 빛”이라며 반겼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중동 사이에 평화를 확대하기 위해 놀라운 노력을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이스라엘과 모로코 간 따뜻한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는 아랍권에서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꼽히고 그동안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모로코에는 유대인 약 3천명이 살고 있으며 매년 모로코를 방문하는 이스라엘인이 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모로코는 1990년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임시 평화협정을 마련한 이후 낮은 수준의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2000년 팔레스타인에서 두번째 반(反) 이스라엘 민중봉기(인티파다)가 발생하면서 이 관계는 중단됐으며 양국은 비공식적으로 특수관계를 이어왔다.
AP는 미국이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논란을 빚어온 모로코의 서부 사하라 지역에 관한 주권 주장을 인정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에서 “오늘 나는 서부 사하라에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며 “모로코의 진지하고 현실적인 자치 제안은 지속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정하고 지속적 해법의 유일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로코는 1777년 미국을 인정했다”며 “우리가 서부 사하라에서 그들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적합한 일”이라고 적었다.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은 대체로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인 것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공동의 적으로 인식하는 이란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음으로써 중동에서 ‘반이란 전선’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날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힘을 합치고 완전한 정상화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명히 그 시점이 올 것이고 협력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모로코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은 “이것(이스라엘과 모로코의 관계 정상화 합의)은 죄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늘리기 위해 아랍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모로코는 팔레스타인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이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과 전화통화를 하고 “팔레스타인 사안에서 지지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른바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구상)과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