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병원 못 가”…집에서 출산하는 가자 여성들

이웃들 십시일반 배터리 모아 불밝히고 소독약 없이 탯줄 잘라

위험 무릅 쓴 출산…10월 전쟁발발 당시 가자 임신부 5만명

 

“고통이 극심해서 병원이 간절했지만, 바깥 상황 때문에 불가능했다. 병원에 가는 건 우리 가족의 목숨을 건다는 의미였다.”

이달 초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한창인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넷째 아이를 낳은 어머니 하난은 처절했던 출산 과정을 되새기며 진저리를 쳤다.

하난은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병원에 가려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휘말리거나 저격수의 총탄에 맞을 것이란 공포가 더욱 컸다고 말했다.

하난은 “목숨이 위태롭게 될지라도 존엄을 지킨 채 죽음을 맞고 싶다. 세 아이가 몸을 누일 매트리스는 물론 물과 식량조차 없는 대피소에 머무는 건 생각하기조차 싫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가자시티에서 아기를 낳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간호사가 있긴 했지만 진통제나 소독약 등 의약품을 구할 길이 없었기에 자연분만과 관련한 기본적 설명을 듣는 이상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전기조차 끊겨서 이웃들이 십시일반 아껴뒀던 휴대전화 배터리를 모아 어둠을 밝혀주지 않았다면 밤새 고통에 몸부림치며 홀로 출산을 시도해야 할 판이었다고 하난은 털어놨다.

하난은 “휴대전화를 충전하기가 그렇게 어려운데도 그들은 간호사 하야가 출산을 도와줄 수 있도록 플래시로 방을 밝혀줬다”고 말했다.

진통에 비명을 토해내자 끊임없는 공습에 이미 불안이 가득했던 7살 막내 시린은 울음을 터뜨렸다. 하난은 “시린의 울음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고통과 공포에도 비명을 참으려 분투했다”고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는 의사 없이 홀로 아기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 “하난의 부엌에 있던 가위로 탯줄을 잘라야만 했다. 소독제도 없었다. 집밖에 나가 소독제를 찾거나 의료용 가위를 사는 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아이는 외견상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웃들은 ‘와르드’란 이름이 붙은 이 남자아기를 ‘기적의 아이’로 여긴다고 간호사는 덧붙였다.

하난은 “와르드란 이름은 꽃들을 의미한다. 난 그가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하난 외에도 가자지구의 많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집에서 출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올해 10월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약 5만명의 임신부가 있었다.

유엔은 현재 하루 약 100명꼴로 아기가 태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 서비스는 물론 물이나 식량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출산이 이뤄지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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