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구두부터 ‘스타워즈’ 로봇까지
“다 보는 데 사흘 반나절”…미 최대 영화 박물관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관했다.
LA 문화 중심지 ‘미라클 마일’에 자리 잡은 미국 최대의 영화 박물관이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문을 열었다고 30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약 2만8천㎡ 부지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4억8천200만 달러(5천700억 원)가 투입됐다.
빌 크레이머 박물관 회장은 “이곳은 영화 예술에 전념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의미를 강조했고
돈 허드슨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영화 제작자와 관객을 위한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시나리오 작성부터 캐스팅, 의상, 특수 촬영, 사운드 믹싱까지 영화 제작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 1천300만 장과 영화·비디오 작품 25만 점, 각본 9만1천 건, 포스터 6만7천 장, 프로덕션 아트 13만8천 점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 전시물로 채워졌다.
방문객은 걸작 ‘시민 케인’ 모티브를 보여주는 소품인 ‘로즈버드’ 썰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루비 구두,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나왔던 러시모어산 백드롭, 100년이 넘은 촬영 카메라를 감상할 수 있다.
‘죠스’의 원본 크기 상어 모형, ‘에일리언’과 ‘ET’의 특수 제작품, ‘스타워즈’ 로봇 ‘R2D2’와 ‘C-3P0’, ‘블랙 팬서’ 여전사 코스튬 등도 관객을 맞이한다.
오스카 시상식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돌비 극장 시뮬레이션 체험 유료 서비스도 제공된다.
상설전 오디오 가이드에는 한국어가 포함됐고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감독, 고(故) 김기덕 감독 작업물도 전시된다.
박물관 주요 후원자인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는 모든 전시물을 둘러보고 체험하는데 “사흘 반나절이 걸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프리츠커상 수상 경력의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영화 박물관은 새로 건축한 구체 모양의 스피어 빌딩과 리모델링 빌딩 등 2동으로 구성됐다.
4천600여㎡ 전시 공간과 1천석 규모 데이비드 게펜 극장을 비롯해 교육용 스튜디오와 식당 등 다양한 편의 시설도 갖췄다.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과 현지 주민들은 둥근 행성을 연상시키는 스피어 빌딩에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인공 요새 ‘데스 스타’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박물관을 설계한 피아노는 ‘절대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로 불러 달라고 했고 행크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매직 랜턴’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개관 첫날 ‘오즈의 마법사’를 상영했고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