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미 국방부 제공]
미국 국방부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인 31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걷어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날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규정한 젠더에 따라 공개적으로 군 복무를 하고 성전환과 관련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젠더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도 새 규정에 포함됐으며 각 군의 규정 보완을 거쳐 30일 뒤 발효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닷새만인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어 국방부가 두 달간 새 규정 마련 작업을 벌였고 트랜스젠더의 날인 이날 결과물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허용됐다. 이미 복무 중이던 트랜스젠더가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근무할 수 있게 됐고, 2017년 7월부터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제동을 걸다가 사실상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했다.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자기가 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 진단을 받은 장병이 2천200명 규모로 2019년 2월의 1천71명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국방부는 성전환 관련 의료지원에 드는 예산이 수백만 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6∼2019년 트랜스젠더 의료지원에 국방부가 쓴 비용은 8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사우스다코타 주 정부는 트랜스젠더의 날을 앞두고 전환한 성별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29일 공화당의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운동선수가 공립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열리는 여성 스포츠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노엄 주지사가 이번에 서명한 두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직접 명시되진 않았지만, 여성의 운동 종목에 ‘남성’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CNN은 이를 두고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는 ‘트랜스포빅'(transphobic·성전환자를 혐오하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또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성별을 뜻하는 ‘생물학적 성별'(biological sex)이라는 단어가 행정명령에 사용됐다면서 이 단어는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들이 기존 여성 선수보다 신체적 이점을 갖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지지자들은 이런 주장이 차별적이라면서 운동선수의 신체적 조건은 모든 성별에서 어떠한 수준으로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성 소수자 청소년을 지원하는 ‘트레버(Trevor) 프로젝트’ 측은 “트랜스젠더로서 우리는 아직도 저항해야 하고 용기를 내야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내 최대 성 소수자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알폰소 데이비드 대표도 “성전환한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이다. 그들은 오명과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며 비판했다.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