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2인조·배후 지원 50명 가담설…”테러일당, 동선 정확히 입수”
이란 최고국가안보위 사무총장 “현장에 아무도 없어…새로운 형태 작전”
지난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 벌어진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의 당시 상황이 속속 재구성되고 있다.
30일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테러 당시 파크리자데는 아내와 함께 방탄 처리된 일본 닛산의 승용차를 타고 테헤란 동부 다마반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가 요인인 만큼 무장 경호원이 탄 차량 2대가 그의 승용차 앞뒤에서 호위한 상태였다.
이날 오후 2시께 그의 차량 행렬이 회전식 교차로에 진입해 속도를 늦추자 별안간 기관총 사격 소리가 났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교차로에서 약 140m 거리에 주차한 빈 닛산 픽업트럭에 설치된 원격 조종 기관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그의 승용차에 맞았고, 차가 멈추자 파크리자데가 차 밖으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차 밖으로 나온 그가 이 원격 기관총에 여러 발 맞았다는 보도와 현대 산타페와 오토바이를 탄 일당 12명이 그에게 빠르게 접근해 그를 쏘고 도주했다는 보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파크리자데가 ‘새로운 형태’의 작전으로 살해됐으며, 사고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는 발언이 이란 고위층에서 나왔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란 국영 TV와 반관영 파르스 통신 인터뷰에서 “파크리자데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 작전으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샴커니 총장은 “암살 작전은 매우 복잡했으며, 전자 장비를 사용했고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며 “적은 완전히 새롭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자헤딘에할크(MEK·유럽 등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체제 단체)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및 모사드와 함께 관여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샴커니 총장의 발언에 비춰볼 때 파크리자데가 원격 기관총에 살해됐다는 보도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기관총이 설치된 픽업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 장치로 폭파됐다. 파크리자데는 구조 헬기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닛산 픽업트럭이 당시 회전식 교차로에 멈춰 있었고, 파크리자데의 차가 옆을 지나가는 순간 원격 장치로 폭파돼 차량 행렬을 멈춘 뒤 괴한들이 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해 총을 난사해 그와 경호원들을 사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언론에서는 테러 현장 부근의 CCTV는 물론 사건 직후 구조를 신속히 요청하지 못하도록 중계기 등 통신 시설도 미리 끊겼다고 전했다.
그의 경호원은 이 급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현장조는 부상자도 없이 현장에서 사라졌다.
또 현장조 12명 외에도 보급과 무기 제공 등 후방 지원에 50명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돌고 있다.
이란 국영 영어방송 프레스TV는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무기에 이스라엘 방산 업체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영 아랍어 방송인 알 알람은 파크리자데를 공격한 무기가 위성으로 조종됐다고 전했다.
이란군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자바드 모구이는 트위터에 “이 테러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같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테러의 주체로 지목했다.
이란 언론인 무함마드 아흐바즈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러 관련 일당은 정보·군사 특별 훈련을 받고 이란에 잠입했다”라며 “그들은 파크리자데의 동선을 세세하고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고 적었다.